"FTA로 넓힌 경제 영토 위에 IPEF로 고속도로 깐다"

머니투데이 정리=김훈남 기자, 유효송 기자 2022.09.16 06:20
글자크기

통상교섭본부-머니투데이 주최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 이시욱 KDI(한국개발연구원)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 이시욱 KDI(한국개발연구원)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는 우리가 그동안 FTA(자유무역협정)로 넓혀놓은 무역영토 위에 산업생태계의 고속연결망을 깔아놓은 것이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현실은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을 배제하는 것은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이시욱 한국국제통상학회장)
"한국은 중국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나라다. 이 점을 활용해 IPEF 협상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코로나19(COVID-19) 이후 공급망 불안,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통상환경이 녹록지 않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노골적인 자국 우선주의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고 국가간 경제협의체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출범을 주도하면서 정부의 기민한 통상 대응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통상교섭본부와 공동으로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하고 IPEF와 IRA 등 우리나라 통상 현안에 대한 정부와 학계, 산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참석자]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이시욱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지난 8~9일 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서 첫 IPEF 장관회의가 개최됐다. 논의 결과와 의의를 설명해 달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하 안 본부장) = 그동안 우리나라는 주로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경제영토를 넓혀왔다. 관세를 인하해 무역에 혜택을 보는 방식이었다. IPEF는 넓어진 경제영토 위에 산업생태계의 고속 연결망을 연결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IPEF는 14개 참여국이 '신통상규범'을 갖고 산업의 인프라를 같이 공유하고 만들어 나가자는 데 합의한 것이다. IPEF에 대한 논의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돼 올해 12월 첫번째 고위급 협상을 예상하고 있다.

IPEF 참여국은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41%, 전 세계 인구의 32%를 차지하고 있어 전 세계 협의체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참여국에는 △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 △미국과 일본 등 첨단 기술국 △우리가 산업생태계를 확보하려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신흥 시장이 포함돼 있다. 굉장히 중요한 전략 지역들이다.


-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공급망 교란 상시화,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의 IRA 등 우리를 둘러싼 통상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PEF의 의미는.

▶이시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하 이 교수) = 과거 수십 년 동안 국제무역질서를 보면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의 통상규범에서 안정적으로 무역을 확대해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팬데믹 △공급망 교란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안보같은 경제 외적 논리가 개입되기 시작해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자유무역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결국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려는 국가 간 노력이 중요해는 시기다. IPEF의 4가지 주제는 WTO나 다자 간 논의에서는 진전이 없었던 것들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국제적 규범설정(룰세팅)에 우리나라가 기여할 수 있다면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특히 공급망이나 무역 측면에서 글로벌 규범을 갖는 데 의미가 크다.

이시욱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시욱 KDI(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교수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IPEF는 시장개방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FTA와 다르다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 교수 = FTA가 시장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IPEF는 변화하는 환경의 새로운 규범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IPEF는 FTA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협의체다. 또 FTA는 도출한 협상 결과를 일괄적으로 반영하는 '일괄타결원칙'을 고수하는 한편 IPEF는 의제(필라)별로 합의가 있어야 한다. WTO처럼 강한 구속력을 가진다기보단 국가 간 지켜야 하는 원칙을 만들어 놓고 서로 협의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의회 동의가 필요 없어 논의 자체가 신속 진행될 수 있지만 반대로 구속력이 약할 수 있다. 단순 대화를 위한 협의체가 되거나 일부 국가가 탈퇴할 수 있다는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 IPEF를 통해 한국이 거둘 수 있는 기대이익은? 우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응전략은 뭔가.

▶안 본부장 = 예를 들면 IPEF에도 디지털 무역 협정이 과제로 들어가 있다. 서버 현지화와 컴퓨터 클라우딩 등 디지털 시장의 개방성을 확대하자는 건데 오징어게임 같은 K-콘텐츠를 세일즈하기에 좋은 환경이 생긴다. 또 우리가 진출하려는 신흥국 시장에 노동과 청정경제, 조세투명성, 반부패 등 규범을 적용하면서 우리 기업이 진출하려는 현지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예전처럼 관세나 인건비가 싸니까 해외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 제품을 팔 수 있는 노동권 보장, 환경 문제 등 기업 환경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다.

- 우리 기업은 특히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는가. 기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가.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하 우 부회장) = IPEF에 대한 우리 업계의 의견은 긍정적이다. 당연히 한국이 가입해서 동맹국들과 같이 나가는 것이 맞고, △무역 △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등 4대 필라 가운데 공급망이 특히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청정이나 탈탄소 역시 우리가 사업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분야다. 다만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변수에 대해 정부가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 우리 기업들이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

▶우 부회장 = 4가지 필라가 우리에게 전혀 약점이 아니다. △반부패 △청정경제 △공급망 등 모두 이번 국정과제에 들어가 있고 정부의 중점 추진 과제들이다. 소극적으로 나설 부분은 없다. 단지 걱정은 공급망 재편이라는게 결국 비용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에 의존하는 게 제일 값이 싸기 때문이듯 공급망을 강화하거나 안정시키는 데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공급망 재편도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행하고 우리 경제가 중국과 가깝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IPEF 협상 범위에 매우 다양한 주제가 포함돼 있는데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

▶안 본부장 = 향후 논의 진행에 따라 어떤 문제가 나올지 짚어봐야 한다. 예를 들면 청정경제 논의는 산업계에 실질적으로 부담될 소지가 있고, 농업 분야도 식량안보나 공급망 안정에 검역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국내 현장 조치가 IPEF의 투명성 요구 등에 못 미칠 수 있어 수용 여부를 유의 깊게 보려고 한다.

- IPEF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라는 평가가 있다. 우리나라의 1위 교역국인 중국의 반발 우려가 있는데

▶우 부회장 = 참여국의 면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중국 주도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와 비교하면 공통적으로 참여하는 나라가 11개국이다. 빠진 세 나라는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인데 그만큼 중국 경제와 연관성이 많은 나라들이다. IPEF는 이 11개국에다 미국, 인도, 피지가 참여한 것이니까 어느정도 성향을 볼 수 있다.

예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때처럼 중국은 보복하고자 하면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IPEF 참여국 가운데 한국은 (중국의 영향권에서) 최전방에 있다. 중국과 제일 가깝고 중국 보복조치의 첫 타깃이 될 수 있는 점을 지렛대 삼아 IPEF 내 협상력을 키우고 IPEF로 인해 우리 기업이 피해입지 않도록, 특히 중국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 교수 = 2019년 기준으로 IPEF 참여국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는 평균 17.4%이고 수입 의존도는 20.9%다. 우리나라의 중간 정도지만 모든 참여국의 경제가 중국과 연결돼 있다. 미국이 아무리 중국을 배제하려고 해도 나머지 국가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있다. 현실 측면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가 국익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이 최근 자국 내 전기차 제조업체에 대한 차별적 세제 혜택을 골자로 한 IRA를 시행했다. 이번 IPEF 회의에 앞서 IRA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했는데.

▶안 본부장 = 미국도 IRA 관련해서 배터리 지원은 에너지부, 세제혜택은 재무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다. 우리는 범부처 합동대책반을 만들어 갔지만 미국은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산업부의 협상 파트너인 USTR(무역대표부)은 한미 양국의 근본적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문제 해결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16일 진행하는 실무회의에서 입법적·행정적 등 모든 대안을 가지고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결론이 날 수 있나.

▶안 본부장 = 현지 로펌(법무법인)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다 이용하고 있다. 중간선거가 끝나고 새로 회기가 시작돼야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고, 일각에선 새 회기 전 빈 기간에 원포인트 수정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 중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 이시욱 KDI(한국개발연구원)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가운데) 이시욱 KDI(한국개발연구원)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왼쪽),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4층 회의실에서 열린 통상이슈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비롯한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IPEF, 칩4, IRA 등 주요 통상현안 대응을 위해 견지해야할 전략적 자세가 있다면.

▶이 교수 = 최근에는 통상에 안보 문제가 연결되다 보니 확실히 국제문제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다보니 모든 국가 간 관계를 제로섬 게임 혹은 편가르기, 양자택일로 보는 경향이 있다. IPEF나 칩4도 배제와 동맹이란 구조로 이해하면 양자택일 문제로 간다. 그런 식으론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미국, 중국과도 협의하면서 균형잡힌 스탠스가 필요하다.

▶우 부회장 = 바로 잡아야 할 사실은 칩4는 모든 반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고 첨단 반도체에 대한 이야기다 . 범용 반도체,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가 중국이다.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고(高) 관세를 매기면서 시작한 반 세계화와 진영 싸움은 최소 30년 이상 이어질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한국 경제는 절대 자급자족 할 수 있는 경제가 아니라는 점을 떠올리고 기술 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

- 이해당사자인 기업이 바라는 소통 강화 방안은.
▶우 부회장 = 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계획 등 사정을 더 잘 파악해줬으면 좋겠다. 그동안 FTA는 정부 주도로 협상을 해왔다. FTA가 규범이다 보니 당장 기업 이익에 영향을 안 주기 때문에 협상 결과를 통보받는 식이었다. 산업부가 통상을 맡은 만큼 향후 기업에 투자나 첨단산업을 배려할 수 있도록 산업과 통상 기능의 조화가 필요하다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