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이익 추정치는 3~6개월 전 대비로도 낮아진 것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질 여건보다는 부정적 조건들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뜻이다. LG화학의 3개월 전 이익 추정치는 3조7883억원, 롯데케미칼은 5600억원, 금호석유화학은 1조4507억원이었다.
제품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한 탓에 제품가는 원가 상승분만큼 오르지 못했다. 범용 화학제품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과 나프타 가격차)는 지난 8월 톤당 80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에서야 300달러 수준을 회복했다. 업계에서는 물류비, 판관비 등을 고려했을 때 에틸렌 스프레드가 톤당 300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손익분기에 도달하는 것으로 본다.
원가가 상승한 반면 제품가는 이를 전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수요가 그만큼 따라와주지 않아서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지면서 화학제품 수요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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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의 재봉쇄 조치도 하반기 화학업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코로나 방역정책 강화로 9월 첫째주까지 청두시와 선전시 등 일부 대도시들의 봉쇄조치가 다시 이뤄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약했던 전방수요는 한층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까지 석유화학 시황은 수요를 웃도는 규모의 공급 유입이 예정돼 있어 가격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이클"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도 시황 불투명성도 크단 점이다. 무엇보다 수요 회복 기대감을 찾기 어렵다.
유럽에서는 '샤워는 퇴근 전 직장에서 하고 하루 한 끼만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시민들이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고전하고 있단 보도들이 잇따른다.
지난달 29일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 가스비용은 최근 1년간 55% 올랐고 영국인들은 올 겨울 소득 대비 10%를 가스, 전기, 연료비 등에 지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인들이 식비마저 줄이고 있는 마당에 플라스틱과 같은 화학제품 수요는 급감할 수밖에 없단 우려가 커진다.
한편 각국의 금리인상 분위기도 업계 우울감을 더하는 소식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9월 기준금리를 0.75%~1%까지도 높일 수 있단 전망이다. 국내도 기준금리가 올 1월 1.25%에서 지난 8월 기준 2.5%까지 올랐다. 연말 3%까지 오를 수 있단 예상들이 나온다.
한 화학업계 관계자는 "제품 수요가 늘지 않아 업계 수익성이 계속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금리마저 높아지면서 투자 심리도 예전보다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화학업계가 올 연말 조직 개편이나 인사 등을 큰 폭으로 단행할 수 있단 관측들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