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용하면서도 과감한 행보 자본시장 관련 윤석열 정부의 키워드는 '공정'과 '활성화', 그리고 '글로벌 스탠다드'다. 감독당국인 금감원은 조용하면서도 과감한 행보로 키워드를 하나씩 풀어갔다.
이 원장은 금감원 내 '공매도 조사팀'을 신설하고 공매도 대란이 있었던 2020년 3월 '코로나19(COVID-19)' 폭락장 당시 증시 상황 조사에 착수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피해의식이 강했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은 환호했다.
이른바 '테라-루나' 사태 대응과 가상자산 대책 마련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관련법 미비란 이유로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았는데 기류가 변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으로 첫 출근 하고 있다. 2022.06.08.](https://thumb.mt.co.kr/06/2022/09/2022091408260624448_2.jpg/dims/optimize/)
이 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검사시절 경험과 무관치 않다. 증권, 금융 관련 수사를 '전공'처럼 도맡아하면서 증권거래법과 자본시장법 등에 대한 배경 지식이 탄탄하다. 그는 검사 초임시절 군산지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지역 대기업 관련 이슈나 관세 관련 소송에서 연거푸 승소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4년차 검사가 서울 중수부로 차출돼 현대자동차, 론스타 등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건에 합류하면서 '경제통'으로 자리았다.
검찰에서 금감원으로 온 이 원장은 특히 금융당국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검찰 시절엔 금융당국의 더딘(?) 행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경험해보니 인식이 달라졌다. 이 원장은 "(금감원을 보니) 모두 애쓰고 있고 절차와 법리를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 '독사' 검사와 '잼난' 선배...그리고 '친절한' 기관장
이 원장은 취임 100일 동안 별명을 얻었다. 이름을 딴 '복(福)원장'은 기본이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켜니(복현이의 구어체)'로 불린다. 젊은 기관장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도 종종 눈에 띈다.
이 원장을 만나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나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은 입을 모아 "겸손하고 예의바르다"는 평을 내놓는다. 검사 출신은 딱딱하고 무서울 것이란 선입견을 갖고 만났는데 생각보다 자주, 잘 웃어서 "놀랐다"는 후기도 있다.
사실 검사시절 그의 별명은 '독사' 였다. 재판장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지던 패기로운 검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잖다. 정통 재무부 출신 고위공무원 가운데 10여년 전 '검사' 이복현에게 참고인 조사를 받아본 인사도 있다. 그들은 "꼼꼼하고 치밀하게 사건을 공부하고 파악한 뒤 빠져나갈 틈 없이 질문하던 검사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가까운 사람들은 재미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이 원장 스스로도 "대학생 때부터 조용히 재미있는 걸 찾아 즐겁게 노는 걸 좋아했다"며 "생각해보면 자유롭게 사는 걸 좋아해서 공직의 길을 처음부터 꿈꾼 건 아니었는데…"라고 웃었다.
업무에선 냉혈한에 가까워 함께 일할 땐 힘든데 보람이 크고 많이 배워 다들 줄을 섰다. 그가 함께 일하는 기준은 그저 '능력'이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후배들 일부는 서운할 수도 있지만 엄격한 기준이었다.
금감원에 온 지 3개월만에 부서장 인사를 했다. 40여명이 교체됐고 첫 40대 부서장, 공채1기 부서장 등 눈에 띄는 인사도 많았다. 젊은 기관장의 세대교체라는 말이 나왔다.
불만도 없지 않았다. 기관장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업무에서 밀렸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이 원장은 이번 수시인사를 통해 조직 내 '긴장감'과 '능력주의' 신호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속도감을 바라는 원장의 가벼운 발걸음을 강조하는 인사인 동시에 내년 정기인사까지 염두에 둔 그림의 일부라는 의미다.
취임 100일 연착륙 평가가 우세하다. 적극적인 소통 의지와 빠른 추진력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출금리, 지주회사의 내부통제, 은행 이상외화송금, 자산운용사 비정상관행거래 등 자본시장 문제마다 거침없이 '의견'을 밝히던 이 원장이지만 "정부의 일원으로서 국민께서 평가해주셔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지금은 금감원 업무만 잘하고 싶은 마음이다. 잘 해야 한다"며 "지금은 어떻게 봐주실지 확신이 안선다. 성과가 나고 국민들이 인정해주셔야 한다. 조금만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다음 100일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