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주차 전쟁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2.09.14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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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사진=김화진김화진 /사진=김화진


한 연구에 의하면 자동차는 5%만 운행에 사용되고 나머지 95%의 시간 동안은 주차되어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저 많은 차보다 19배 많은 차가 어딘가에 서 있다. 따라서 도로보다 주차장이 더 많이 활용되는 셈이다. 미국 전역의 주차장을 다 합하면 매사추세츠주 면적과 같다. 미국 대도시 지표면은 면적 기준으로 주차가 단일 용도 중 가장 큰 비중으로 사용된다. 도심은 더 심하다. 운전자가 자신의 차에서 멀어지기 싫어하는 심리도 한몫한다.



따라서 도심에서의 주차관리와 행정에는 큰 비용이 수반된다. 주차장 건설과 유지 비용, 그리고 그에 따라 토지와 건물이 다른 용도에 사용되지 못하는 기회비용이다. 환경부담도 크다. 비용 일부는 물론 사용자 부담이다. 미국에서만 연 100억 달러 정도의 주차비가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

세계에서 주차비가 가장 비싼 뉴욕시에서는 2시간 주차에 약 35달러를 내야 한다. 도쿄는 12달러 수준이다. 이조차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시간제한이 많이 사용되고 가차 없이 딱지나 견인이 적용된다. 견인차가 단속 경찰관을 졸졸 따라다니는 풍경도 보았다.



관공서나 회사, 대학에서는 구성원에 대한 주차 편의 제공이 표준 복지혜택이다. 그래도 약간의 정기주차 요금을 받는다. 장애인 전용, 전기차 전용 등 특별 대우가 있고 버클리대학교는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전용 주차 공간과 평생 무료주차 특전을 주고 있기도 하다.

차를 몰고 집을 나서면 주차 걱정이 항상 따라다닌다. 애매한 목적지나 주차 공간이 부족한 곳에 도착했을 때 주차 계획을 미리 마련해야 하고 주차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가장 좋은 위치를 선정하는 순발력도 발휘해야 한다.

주차 공간을 찾는 것도 경쟁이지만 좋은 자리 전쟁도 만만치 않다. 그 때문에 회사에 일찍 일찍 출근하기도 한다. 주차 자리 찾기는 우리네 인생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일단 좋은 자리와 나쁜 자리가 있다. 바로 눈에 드는 자리를 찾아 급히 주차한 후에 걸어 나가다 더 좋은 자리가 보이면 아쉽다. 확보된 자리를 지나쳐서 더 좋은 자리를 찾다가 결국 자리가 없어 빙빙 돌기도 한다.


만원 주차장에서 난감할 때 마침 바로 앞차가 나가는 행운도 있고 반대로 내가 지나친 바로 뒤에 난 자리가 뒤차 차지가 되기도 한다. 내가 점찍은 자리를 다른 차에 뺏기기도 한다. 수학자들이 미분방정식까지 동원해서 연구해 본 결과 가장 효과적인 주차 전략은 처음 눈에 띈 빈자리는 지나치고 그다음 보이는 빈자리에 주차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차전문가들도 탄생했다. 발레파킹 요원들이다. 시간과 수고를 절약해 주고 돈을 받는다. 주차 때문에 귀중한 내 재산인 자동차를 처음 보는 남에게 그냥 맡기는 이상한 풍습이 생겼다. 독일 사람들은 한국에 와서 발레파킹을 보고 질겁을 한다. 독일에서는 주차를 차량 운행 개념에 포함시켜 이해하고 따라서 도로변 주차에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물론 자리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곳곳에서 주차 전쟁이다. 온라인에는 무개념 주차에 대한 비난성 제보와 해당 차주에 대한 '참교육' 사례 소개가 잇따른다. 무개념 주차의 원인은 자동차 보호 심리인데 아예 두 면적을 차지해버리는 만용도 부린다. 단위 주차 면적이 지나치게 협소한 것도 원인이다. 그러나 매사 그렇듯이 주차 전쟁에서도 한 가지 기준은 지켜져야 한다. 염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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