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녹고 있다"…'킹달러'에 흔들리는 신흥국들, 韓은?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09.1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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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외환보유고 2008년 이후 '최저'…
달러화 강세 속 환율 방어 위축 가능성,
감소액은 인도·태국·한국 등 순으로 커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주유소 부근에서 기름을 사려는 오토릭샤 운전자들이 길게 줄 서 있다. /ⓒAP=뉴시스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주유소 부근에서 기름을 사려는 오토릭샤 운전자들이 길게 줄 서 있다. /ⓒAP=뉴시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달러화 강세 국면 속에서 외환보유액이 고갈될 경우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 자료를 인용해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의 현재 외환보유액으로 수입 자금 조달이 가능한 기간은 약 7개월로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2년 전인 지난 2020년8월 16개월, 올 초 10개월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신흥국들의 통화 방어력이 약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가 현재 보유한 외환으로 약 6개월분의 수입 자금밖에 조달하지 못할 정도로 가장 취약했다. 한국은 7개월, 필리핀과 인도는 각각 8개월과 9개월을 버틸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보유고 녹고 있다"…'킹달러'에 흔들리는 신흥국들, 韓은?
블름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신흥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고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국의 GDP 대비 외환보유 비율이 지난해 말 48.6%에서 9월 현재 43.1%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말 31.4%에서 최근 27.1%로, 인도는 지난해말 20.6%에서 올 현재 16.9%로 각각 줄었다. 한국은 같은 기간 25.6%에서 24.7%로 비교적 적게 줄었다.



각국의 외환보유액 감소 금액 기준으로는 인도가 810억달러(111조원)로 가장 많고 태국 320억달러(44조원), 한국 270억달러(37조원), 인도네시아 130억달러(18조원), 말레이시아 90억달러(12조원) 등 순이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외환보유고 총액이 올 상반기(1~6월) 3790억달러(521조원) 감소했다고 짚었다. JP모건은 중동 석유 수출국과 중국 등을 제외한 주요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 감소액이 2008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봤다.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3.56포인트(1.39%) 하락한 2376.46, 코스닥은 11.27포인트(1.45%) 하락한 768.19로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오른 1384.2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6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2022.9.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33.56포인트(1.39%) 하락한 2376.46, 코스닥은 11.27포인트(1.45%) 하락한 768.19로 마감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오른 1384.2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6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2022.9.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처럼 신흥국 외환보유 상황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은 20년 만에 달러화 가치가 최고치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각국이 환율을 방어하려고 외환보유고를 풀고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강한 달러 상승 기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수월하지 않은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둔화는 신흥국 통화의 추가 약세를 의미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드 하우너는 "식량이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 입장에선 자국 통화 약세가 매우 치명적"이라며 "수입 물가가 높아지는 것은 경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으로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진행 중인 스리랑카에 이어 다른 신흥국 상황도 여의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미즈호은행 싱가포르 지사의 경제전략 책임자인 비슈누 바라탄은 "현재 태국과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까지 흔들리고 있다"며 "1년 전 상황과 비교해볼 때 매우 심상찮은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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