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값 200만원 될라"…스마트폰 5년 쓰라는 유럽 규제에 우려 나온 이유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2022.09.14 06:00
글자크기
서울 강남구 KT플라자에서 고객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서울 강남구 KT플라자에서 고객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EU(유럽연합)가 스마트폰 업데이트 기간을 최소 5년으로 강제하고, 제조사가 수리용 예비 부품을 5년간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용자가 기기를 오래 쓰도록 유도해 환경보호를 실천하겠다는 취지인데, 자칫 스마트폰 출고가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EC(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스마트폰·태블릿의 업데이트와 수리용 예비부품 가용성을 규정하는 초안을 발표했다. 제조사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최소 5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규정의 핵심이다.



우선 EC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든 스마트폰·태블릿의 OS(운영체제) 업데이트를 최소 3년, 보안 업데이트는 최소 5년 이상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업데이트 발표 이후 늦어도 2개월 안에는 사용자에게 배포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는 삼성전자 (87,100원 ▲2,500 +2.96%)와 애플에겐 큰 부담은 아니다. 이미 두 회사는 해당 조건을 충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OS 업데이트 4회(4년), 보안 업데이트는 5년간 지원한다. 애플 역시 OS 업데이트 5년, 보안 업데이트는 6년 이상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국 제조사들(샤오미, 오포, 리얼미)은 OS 업데이트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처지다.



이와 함께 EC는 제조사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15가지 부품에 대해 5년간 전문 수리업자에게 공급하도록 강제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배터리, 디스플레이, 충전기, 뒷면 덮개 등의 부품을 최소 5년간 수리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출시된 갤럭시Z플립3가 2027년까지 부품이 없어 수리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더 오래 쓸 수 있도록 유도해 자원 낭비, 환경 파괴 영향을 줄이기 위함이다. EC는 현재 2~3년인 스마트폰의 수명을 5년으로 연장하면 자동차 500만대의 운행을 줄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삼성전자의 수리용 예비부품 보유 기간은 유럽이 2년, 한국은 4년이다. 애플은 예비부품 보유 기간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제안이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비 부품 제공 기간을 늘리면 제조사들의 재고비용이 늘어나 단말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의 출고가 인상은 전세계 삼성폰의 가격 인상으로 전가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피해를 볼 수 있다.

최필식 IT 전문작가는 "수요가 많지 않은 부품까지 재고를 보유하라는 것은 비용문제를 유발해 스마트폰 가격 인상 요인이 될 것"이라며 "결국 스마트폰을 5년간 쓰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 사전 부과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품 과잉 문제는 도리어 친환경 정책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예비부품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위주로 축소하고 유지 기간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조사도 똑같은 우려를 표했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한 관계자는 "만약 해당 규정이 시행되면 제조사들은 매년 내놓는 신제품을 전작과 부품 호환성을 고려해 개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초안을 본 유럽 IT 전문가들도 단가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을 지적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EC는 두 가지 규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이달 28일까지 진행한다. 이후 표결을 통해 올해 말 발표할 예정이다. 일반 표결이 이루어지면, EU 회원국은 규제안을 적용 가능한 법률로 구현하기 위한 1년의 유예 기간을 갖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