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특허청장 "특허출원 세계 3위 도약 발판 놓겠다"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2022.09.1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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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심사·심판관들 업무 집중 환경조성..AI기술 활용 심사지원·특허 전문가 해외 현지 파견 확대도 추진

이인실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이인실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


"특허선진 5개국(IP5)의 특허출원 순위는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4위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가) 조금만 더 치고 올라가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로 올라 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인실 특허청장은 13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새 정부의 임기가 마무리 되는 앞으로 5년 뒤인 2027년까지 우리나라의 특허 출원 세계 3위라는 목표가 현실이 되도록 그 발판을 놓는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지난 5월31일 취임한 그는 특허청 설립 73년 만에 배출된 첫 민간 출신이자 최초의 여성 청장이다. 국내 세번째 여성변리사로 30여년 이상 지식재산(IP) 분야에 종사하며 한국여성발명협회장을 역임했다. 법학박사까지 취득해 취임당시부터 IP에 대한 이론과 실무, 법률까지 겸비한 전문가로 주목 받았다.

이 청장은 "우리나라는 최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실용 인공위성을 자체 발사해 지구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국가가 됐는데, 이를 조금 깊게 들여다 보면 우주 항공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특허출원 세계 7위로 분석된다"며 "이 처럼 어떤 산업에 있어 특허출원 건수와 기술발전의 정도는 놀라울 정도로 비례하고 있어 특허 출원의 질도 중요하지만 출원 건수도 절대 무시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특허청 본연의 역할을 맡고 있는 특허 심사·심판관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특허의 질과 양적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힘쓰면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심사지원 확대, 우리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특허 전문가의 해외 현지 파견 확대 등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 청장과의 일문일답.

-새 정부 취임 100일에 맞춰 향후 5년간 추진할 '새정부 IP 분야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과 목표로 제시한 전 세계 특허출원 3위 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실천방안은.
▶새 정부의 산업·경제 정책을 뒷받침하면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과 역동성을 회복시키는데 역점을 뒀습니다. 8개 핵심과제를 중심으로 오는 2027년까지 일본을 제치고 특허출원 세계 3위의 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우리나라의 특허출원량은 2020년 기준 22만6759건으로 2007년 IP5 체제 이래로 중국과 미국, 일본에 이어 줄곧 4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심사·심판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 우리기업에게 무효되지 않는 강한 특허를 제공하는 한편 혁신기업들의 자금줄인 IP금융 시장 규모도 올해 7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7년까지 23조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확대된 23조원의 IP 금융은 올해 대비 약 4만여개의 기업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고, 표준특허 지원전략 등 특허연계 연구개발(R&D) 과제(약 2000여개) 지원도 넓힐 수 있습니다. 이런 방안들이 효율적으로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면 오는 2027년 우리나라의 특허출원 세계 3위 도약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인실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이인실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
-기술패권시대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핵심특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이를 위한 계획은.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세계 4위 뿐만아니라 표준특허 세계 1위와 국내총생산(GDP) 및 인구 대비 특허출원 세계 1위(2019년)의 특허강국입니다. 그러나 R&D 투자규모에 비해 성과가 저조한 문제도 안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이 전 세계에서 특허출원량 1위인데, 2~5위 국가의 특허 출원량을 합쳐도 중국의 출원량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세계 3위의 특허 강국으로 도약하긴 위해선 R&D 성과가 혁신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하며,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도 필요합니다. 우선 R&D를 통해 가치 있는 특허가 창출돼야 하며, 창출된 특허의 거래·사업화가 활성화돼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특허청은 반도체 등 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원천·핵심특허 확보 및 창출을 위한 특허 기반 연구개발(IP-R&D) 전략 지원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분야, 첨단모빌리티, 인공지능·로봇, 사이버보안 등의 분야에 특허기반 연구개발 전략을 지원해 원천·핵심특허 확보를 지원하겠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첨단산업 분야 지원 계획은.
▶치열한 기술경쟁 시대에 기업들에게는 빠른 특허권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입법예고한 반도체 분야의 우선심사를 오는 11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입니다. 이럴 경우 기존 12.7개월 걸리던 반도체분야 특허심사는 2.5개월로 대폭 단축돼 빠른 특허획득이 가능해집니다. 이를 시작으로 이차전지 등 첨단기술 분야로 이 우선심사제도를 확대해 우리 기업들의 신속한 특허권 확보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아울러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 일환으로 민간 퇴직인력을 특허 심사관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입니다. 이들은 기술 이해도가 높아 심사업무에 투입 가능한 훌륭한 기술 인력들입니다. 이는 핵심인력의 해외유출 방지는 물론 첨단기술의 신속·정확한 권리화 등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기업의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비밀특허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각국의 기술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인력 빼가기, 산업스파이, 사이버해킹 등 영업비밀 유출 시도 등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유출 시도는 99건으로, 이 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됐다면 그 피해액은 무려 22조원 규모로 추산됩니다. 정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시행계획을 내실있게 추진해 국가 경제 및 안보에 중요한 자산인 우리 기술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일본 등 특허 강국들은 발명을 비밀로 취급하고 해외 특허출원을 제한하는 비밀특허제도를 이미 운영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국방관련 비밀특허제도가 있지만 비밀대상기술이 국방관련 기술로 한정되고 벌칙 규정도 없어 한계가 있는 실정입니다. 조만간 주요국과 동일한 수준의 비밀특허제도 도입을 위해 비밀취급대상을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술로 확대하고 벌칙규정도 신설하는 등의 내용으로 특허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물론 수출기업의 해외진출에 지장이 없도록 비밀취급대상도 신중히 선정할 방침입니다.

-우리기업의 IP 보호를 위한 특허전문가 해외 파견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기준 수출규모 3위인 베트남과 7위인 인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IP에 대한 침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베트남 업체가 우리기업 상표를 무단 사용하기 위해 현지에 먼저 등록하는 사례에서부터 한류열풍에 편승해 '한국산'으로 둔갑한 제품을 판매하는 현지 업체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현지의 우리기업은 법·제도에 대한 전문성 부족, 변호사 선임비용 등 경제적 부담과 단속 공무원의 비협조 등으로 대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중국, EU(유럽연합), 스위스 등 5개국에 파견된 특허관을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까지 8개국으로 확대해 IP 침해를 당한 우리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방침입니다.

-직원들과의 내부소통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신데요.
▶특허청 본연의 업무는 국민과 기업들에게 고품질의 신속한 심사·심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IP 5대 강국인데도 지난 2020년 기준 심사관 1인당 특허심사 처리건수는 206건으로 EU 58건, 미국 73건, 일본 164건과 비교할 때 과중할 정도로 심사여건이 열악한 상황입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업무환경, 인사, 고민하지 못한 부분 등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기초로 정책 우선순위, 프로세스 개선 등 기본방향을 마련해 직원들과 공유하며 소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노조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해 기본(심사·심판)에 충실한 특허행정을 실현토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2020년 기준 세계 3위인 일본(28만8472건)과의 특허출원량 격차는 6만1713건인데 오는 2027년에는 그 격차가 약 2만건 정도로 좁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번 정책 추진을 통해 그 차이를 따라잡겠다는 것입니다. 특허출원 세계 3위 도약은 우리나라가 기술강국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특허출원이 1%포인트(p) 증가하면 1인당 GDP 성장률은 0.65% 증가한다는 독일 뮌헨대의 실증사례 분석자료도 있습니다. 오는 2027년까지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2만건의 특허출원이 증가하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0.16%(약3조3000억원) 상승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번 정책에 담긴 핵심과제들은 산·학·연 유관기관과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토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약력 △1961년 부산 △부산대 불어불문과 △프랑스 로베르슈맹법과대학원(CEIPI) △이화여대 법학석사 △미국 워싱턴대 법학석사 △고려대 법학박사 △변리사(제22회) △청운국제특허법인 대표변리사 △세계전문직여성 한국연맹 회장 △국제변리사연맹 한국협회장 △(사)한국여성발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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