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엔 "독방감금, 고문·학대"…韓 "특정상황서 옵션"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2.09.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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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유엔, 尹정부 출범 이후 韓에 첫 의견개진 요구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모로코 국적 남성이 독방에 구금된 채 두 팔과 다리를 등 쪽으로 묶는 ‘새우꺾기’를 당하고 있는 모습을 사단법인 두루가 확보했다. /사진제공=사단법인 두루 지난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모로코 국적 남성이 독방에 구금된 채 두 팔과 다리를 등 쪽으로 묶는 ‘새우꺾기’를 당하고 있는 모습을 사단법인 두루가 확보했다. /사진제공=사단법인 두루


우리나라 정부가 지난 8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로부터 불법 체류자에 대한 독방 감금과 관련, "고문,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 받고 "독방 감금은 특정 상황에서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답신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OHCHR 측으로부터 처음으로 의견 개진을 요구받은 사례에 해당해 한국의 독방 구금이 국제 인권 기준에 부합한 것인지 주목된다.

OHCHR의 문제 제기는 국제 사회에서 권고적 효력을 지니며 회원국은 60일 이내에 답변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 측이 답변을 제출한 이후 며칠 안 돼 부산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서 40대 불법 체류 태국인이 독방에 감금됐던 당일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지난해 '새우 꺾기 고문' 논란 이후 또 다시 불법 체류자 구금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입장이 주목을 받게 됐다.



유엔 "독방, 특정 조건 관계없이 가혹…고문·학대" 주장에 韓 "구금자 등 안전 보장 옵션"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펠리페 곤잘레스 모랄레스 유엔 이주민 인권 특별보고관 등 3인의 유엔측 인권 전문가들은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에 지난 6월17일자 서한을 통해 지난해 독방 감금 상태에서 이른바 '새우꺾기 고문'으로 불리는 가혹행위가 벌어졌던 화성외국인보호소 사건 등을 언급하며 "소식통에 따르면 조직적인 이민 구금과 관련된 관행은 대한민국의 이민 구금 시설에서 일반적화된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견된 이민자가 3개월간 12차례 독방에 감금됐다는 제보도 있다고 유엔 측은 설명했다.

경기 과천에 있는 법무부 모습. (자료사진) 2022.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경기 과천에 있는 법무부 모습. (자료사진) 2022.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법무부는 '새우 꺾기 고문' 논란 이후 지난 5월 '외국인보호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외국인보호소에 발목 수갑과 보호의자 등을 도입한다고 밝혔다가 '고문 합법화'라는 인권 침해 비판이 일자 개정안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유엔 측은 "우리는 독방이 특정 조건과 관계없이 개인에게 심각한 심리적, 생리적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가혹한 조치임을 강조하고자 한다"며 "행정 구금(Administrative detention·재판 없이 국가가 개인을 체포, 구금하는 것)의 맥락에서 구금된 이주민에 대한 독방의 사용은 구금된 이주민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그 기간과 관계없이 고문과 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반면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는 답신을 통해 "(한국) 법무부는 한국의 이민자 수용소에서 억류된 이주민들에 대한 일반적인 학대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진술한다"며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구금자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독방에 수감됐다는 주장은 완전히 오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독방 감금의 사례에 대해서는 "피구금자가 경찰관 또는 그 밖의 피구금자를 폭행하거나 시설물을 파손하거나 자해, 그 밖에 피구금자 본인 또는 타인의 안전을 해치는 위험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 한하여 그러한 조치를 취한다"며 "구금자 자신 및 기타 개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독방 구금이 옵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법조계서 "시민·전문가 의견 폭넓게 수용해야…강제퇴거 준비, 처벌돼서야"
8월16일 사망한 태국인 40대 미등록 이주노동자 관련 법무부 답변 일부. /자료=법무부8월16일 사망한 태국인 40대 미등록 이주노동자 관련 법무부 답변 일부. /자료=법무부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의 답신 이후인 지난 8월 16일 태국인 40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사망했다. 법무부 측은 이주 노동자가 사망 당일 병원에 이송되기 전 독방 감금 상태에서 뒷수갑 머리보호장비를 착용했던 배경과 관련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질의에 "해당 외국인의 난동 초기에 일단 수갑을 앞으로 채운 후 어느 정도 안정되어 착용을 해제했으며, 이후 다시 기물 파손 등 폭력적인 난동행위를 지속하여 이를 제지하고자 외국인보호규칙 시행세칙 제77조 제2항에 따라 수갑을 뒤로하여 채웠다가, 약 15분 후 다시 안정된 것으로 판단되어 즉시 수갑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해당 외국인이 머리를 벽에 들이받는 행위를 하여 해당 외국인의 피해 방지를 위해 외국인보호규칙 제43조 제2항에 따라 머리보호장비를 착용하였으나 스스로 이를 벗었음. 이후 추가적인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다시 착용하지 않았음"이라고 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일반적인 외국인 보호시설에서의 통제가 과연 적절했는가라는 부분은 화성보호소 사건에서 드러났고 법무부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더 넓게 시민,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고민했어야 한다"며 "외국인 구금시설은 강제 퇴거를 준비하는 곳이지, 처벌을 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교정시설 규율과 동일시한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다만 태국인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사망과 관련,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망의 책임에 대해 예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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