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일본 죽이기, 중국 죽이기…냉혹한 경제

머니투데이 김경환 에디터 2022.09.1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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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인자를 용납하지 않았다. 경제적 측면에선 더 그렇다. 대표 사례가 일본이다. 미국은 1980년대 일본이 자국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자 1985년 9월22일 플라자합의를 통해 엔화 환율을 절상시키는 방식으로 일본 경제 죽이기에 나섰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경제가 파괴됐다. 하지만 한국전쟁을 계기로 보급품과 군수물자를 생산하면서 빠르게 회복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중국, 소련 등을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로 미국이 일본을 선택한 점도 호재였다.



일본은 이로인해 고도 성장을 이어갔다. 1955년부터 1973년까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9.3%에 달했다. 1968년엔 서독을 제치고 경제규모 2위를 차지했다. 전자·가전 분야 세계 1위에 올랐고, 1980년대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이 됐다.

미국은 경제패권이 위협받자 본격적으로 일본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선진 4개국 재무장관을 불러들여 달러 대비 각국 화폐, 특히 엔화 절상에 합의했다. 이 합의로 259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6년 1월 150엔으로 급격히 하락했다. 이어진 1987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 선진 6개국 회의에선 각국은 금리 인하에 따른 내수 부양에 합의했다.



일본에선 금리가 빠르게 인하되자 너도 나도 대출을 받아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1987년 일본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미국을 넘어섰고, 도쿄 땅을 팔면 미국 땅 전체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자산 거품이 심화됐다. 일본 기업들도 본업에 대한 투자보다 돈을 빌려 투기에 나서는 손쉬운 돈벌이를 택했다. 이시기 뉴욕의 상징 록펠러센터도 미쓰비시가 매입했다.

미국은 환율·금리 조정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이는 일본의 반도체 및 전자산업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자산 거품이 극에 달하자 일본 정부는 1990년대들어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거품이 터졌고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에 직면했다. 미국이 철저하게 2인자를 제거한 방식이다.


미국의 힘은 새로운 2인자 중국을 향했다. 중국은 14억 명이 넘는 인구와 고도 성장을 바탕으로 2018년 경제규모를 미국 GDP의 65%까지 키웠다. 그리고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껏 2인자가 패권을 건드는 것을 용납한 적이 없었다.

미국은 먼저 중국 수출품에 천문학적 관세를 매기는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이차전지를 비롯한 첨단기술분야 규제에 나섰다. 하나의 중국을 거부하고 대만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 흔들기에도 나섰다. 최근엔 △중국 본토 투자 제한 조건을 담은 CHIPS 법안 △중국 고립을 위한 칩4 동맹 △핵심 반도체 장비와 소재, 소프트웨어 수출 금지 △엔비디아와 AMD의 인공지능(AI)와 슈퍼컴퓨팅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중국 수출 규제 대상 편입 등 규제를 개시했다. 친환경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이차전지·전기차 규제도 본격화했다.

잘나가던 중국 경제는 휘청였다. 성장률이 추락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을 3.3%로 낮췄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하던 전문가들은 미국의 규제가 본격화되자 1990년대 일본처럼 중국도 미국을 넘어서는데 실패할 것이란 분석을 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 WSJ)이 지난 2일 "중국 경제는 미국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을 정도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 혼란도 예고된다.

경제는 냉혹하다. 한국 경제가 지속 성장하려면 일본 경제의 추락을 반면 교사 삼고 중국에 대한 제재 효과 등을 분석해 철저하게 실리를 얻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중국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한 바로 지금이 한국 경제의 생존에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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