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벽 넘어선 롤론티스…한미약품 '랩스커버리' 글로벌 가치 입증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09.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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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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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33호 신약인 한미약품의 '롤론티스'(미국 판매명 롤베돈)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3번째 도전 끝에 세계에서 가장 신약 허가 문턱이 높은 FDA를 넘었다. 이에 따라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첫 글로벌 신약이자 FDA에서 6번째로 허가받은 국산 신약이 됐다. 롤론티스에 적용된 한미약품의 독자적 지속형 신약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의 글로벌 시장 성공 가능성도 이번 허가를 통해 입증됐다. 롤론티스는 이제 약 3조원 규모 미국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미약품 (311,500원 ▼3,500 -1.11%)의 미국 파트너사 스펙트럼은 미국 FDA가 9일(현지시간) 롤론티스를 최종 허가했다고 밝혔다.



롤론티스는 호중구감소증의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투여하는 신약이다. 호중구감소증은 체내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증상인데 통상 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투여할 때 나타난다. 롤론티스는 이 증상을 치료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3월 33번째 국산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한미약품은 2012년 스펙트럼에 롤론티스의 글로벌 개발 및 판매 권리(한국, 중국, 일본 제외)를 수출했다. 미국 임상과 허가는 스펙트럼이 주도했지만 원 개발사인 한미약품과 사실상 이에 공동 대응해왔다 . 한미약품이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을 담당하는데다 롤론티스 허가 후 판매 수익 중 일부를 계약조건에 따라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과 로열티(경상기술료)로 받게 돼 있어서였다.



롤론티스의 허가로 2년 반 만에 국산 신약이 세계에서 허가 조건이 가장 까다로운 FDA의 문턱을 넘게 됐다. 마지막으로 FDA 허가를 받은 국산 신약은 2019년 11월 승인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였다. 지금까지 엑스코프리를 포함해 FDA에서 허가받은 국산 의약품은 5개에 불과했다. 롤론티스는 6번째 FDA 허가 국산 신약으로 등극했다.

이번 허가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 중 처음이며, 항암 분야 신약으로도 국내 최초 사례다. FDA 실사를 통과한 국내 공장(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해 FDA 허가를 받아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 최초의 바이오신약이기도 하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롤론티스의 상업적 성공 및 랩스커버리 기반 바이오신약들의 미래가치 동반상승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톰 리가 스펙트럼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허가는 스펙트럼과 한미약품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며 "롤베돈의 허가를 통해 스펙트럼은 20억달러(약 2조 8000억원) 규모의 시장에 도전하는 상업화 단계의 바이오회사로 도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전경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전경
한미약품과 스펙트럼은 이번 롤론티스 허가를 위해 총력을 다했다. 특히 한미약품은 올해 초 240억원을 투자해 스펙트럼의 지분 10%대를 취득하며 협력 관계를 다져뒀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스펙트럼과 2인 3각으로 FDA 최종 허가를 받기 위해 달려가겠다는 의지로, 일종의 '배수의 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허가에 앞서 시판을 위한 준비까지 마쳐둔 상태였다. 롤론티스의 미국 제품명을 'ROLVEDON(롤베돈)'으로 확정하고 미국 내 영업·마케팅 인력도 충원했다.


사실 이번 FDA 허가 심사는 롤론티스와 한미약품, 스펙트럼엔 세 번째 도전이었다. 스펙트럼은 2018년 FDA에 롤론티스의 품목허가(BLA) 신청을 했다가 추가 자료 보완을 위해 신청을 자진 취하했고 이듬해 재도전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사가 지연되다 지난해 FDA로부터 생산시설에 대한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보완요구서(CRL)를 받았다. 올해 3월 세 번째 BLA를 제출했고 이날 FDA로부터 최종 허가를 받게 됐다.

롤론티스 허가에 공을 들인 만큼 판매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은 8조원에 육박하는데 이 가운데 미국 시장 규모만 3조원 가량이다. 허가 후 롤론티스가 현지 시장에 안착할 경우, 매출은 스펙트럼이 가져가지만 계약을 통해 한미약품이 받을 로열티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로열티를 13%로 가정할 경우 롤론티스가 한미약품에서 가질 가치를 3910억원으로 추정했다.

때문에 글로벌 경쟁사도 롤론티스의 허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의 선도 의약품은 세계 바이오산업의 대명사격인 미국 암젠이 개발한 '뉴라스타'다. 앞서 암젠은 FDA에 롤론티스 허가심사 관련 자료 정보공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공정과 테스트 등 롤론티스 관련 세부적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는데 업계 분석이었다. 암젠으로서는 롤론티스가 뉴라스타의 잠재적 시장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롤론티스는 뉴라스타 시장을 파고들 경쟁력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에 체내 의약품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약효지속기간을 3주로 늘렸다. 롤론티스가 주 1회 투여하는 뉴라스타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적은 용량으로도 뉴라스타와 비슷한 약효 지속성을 낼 수도 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이번 롤론티스 허가는 한미약품 신약 중 첫 FDA 허가 사례일 뿐 아니라, 한미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의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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