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한국에서 0퍼센트 시청률로 출발해 17퍼센트가 넘는 성공을 거둔 ‘우영우’는 넷플릭스 내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걸었다. 7월초 ‘우영우’는 2395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권 TV 탑10 순위 1위에 올랐다. 바로 전주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4900만 시간으로 1위를 했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수치였다. 2주간 비영어권 TV 순위 1위를 차지했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급격히 미끄러져 내렸고 한국 콘텐츠는 소강 상태를 맞이하는 듯했다. ‘우영우’는 2000만 시간대로 운좋게 1위에 오른 듯 했으나 2주차부터 4000만 대로 시청 시간이 늘어났다. 잠깐 2위로 밀렸던 한주를 제외하고 8주간 1위 자리를 지켰고 8월 중순 시청 시간은 7743만 시간으로 늘어났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비오리지널 드라마 ‘우영우’가 넷플릭스에 또다른 선례를 남겼다.
‘우영우’를 애호하는 지역별 분석은 더 흥미롭다. 한국 콘텐츠를 사랑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물론이고 멕시코,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파나마 등 중미와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높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영어권 국가와 유럽이 ‘기묘한 이야기’와 ‘샌드맨’에 열광하는 동안 다른 지역에서는 단발머리 ‘우영우’가 고래를 예찬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유럽 중에서도 이스라엘,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터키, 핀란드와 인도, 방글라데시,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등 여러 국가들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들었다. 넷플릭스가 선호하는 게임 설정이 강한 액션/스릴러/호러 장르와 거리가 먼 ‘우영우’는 가족 드라마이자 가벼운 로맨스물로서 전세계 시청의 마음을 흔들었고 이는 곧 ‘최고 인기작 TV’ 순위로 증명되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장애인이 주인공인 법정 드라마라는 설정은 시의성도 있었다. 마침 넷플릭스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파트너 트랙’ 등 새로운 법정 드라마를 선보였고, 디즈니 플러스 또한 마블 시리즈인 ‘쉬-헐크’로 (아마도) 의도치 않게 변호사 캐릭터 트렌드에 합류했다.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굿 닥터’로 성공한 미국 제작진은 스핀오프로 장애를 가진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하는 ‘굿 로이어’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왔다. 특이한 TV 변호사 세계에 ‘한바다 신입 변호사’ 우영우도 합류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여성의 따뜻한 성장기는 인종, 국가를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비록 영어권 지역은 타지역에 비해 시청 시간이 적었으나, 결국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 판권 거래 소식이 들려오면서 ‘우영우’ 이야기가 미국에서도 통할 이야기라는 게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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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쉬움을 담은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자녀를 둔 ‘블룸버그’의 기자는 ‘우영우’가 장애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보다 관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애인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화 ‘레인맨’부터 고착화된 천재 장애인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서번트 신드롬’에 대해 기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시청자들도 느꼈던 바를 다른 지역의 시청자도 느꼈다. 그럼에도 ‘우영우’가 장애인이 주인공이 등장해서 온기와 재미를 함께 전달하는 건강한 드라마였다는 점에는 모두 경의를 표한다.
‘우영우’를 둘러싼 반응이 한국 안팎에서 비슷하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한국 콘텐츠는 한국 안과 밖에서 다른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았고, 과도한 장르 장치로 외국 팬을 억지로 끌어오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영우’는 마치 여느 할리우드 인기 드라마 영화처럼 전세계에서 고른 반응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자페 스펙트럼 주인공이 등장하는 세계 대표 이야기가 ‘레인맨’에서 ‘우영우’로 교체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