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인생책' 쓴 애쓰모글루 "韓 최우선 과제는 분열 해소"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2.09.0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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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Daron Acemoglu)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대런 애쓰모글루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Daron Acemoglu)가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세계적인 석학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교수가 한국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정치적 분열 해소를 꼽았다. 한국경제에서 재벌의 역할은 축소됐고,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시장에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또 그는 각종 경제문제 해결에 있어 국가 개입이 늘어나야 한다고 제언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진짜 문제는 정치 분열"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개발연구원(KDI)·기획재정부·한국수출입은행·코트라(KOTRA)가 공동 주최한 '2022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에서 애쓰모글루 교수가 기조연설을 한 직후 진행됐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생 책으로 알려진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정치분열과 관련 "이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신뢰는 사회공학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한국은 독재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왔고, 이 과정에서 시민운동, 노동운동이 발전하면서 활발한 민주주의를 구현해낼 수 있었다"며 "때때로 부패나 권력 남용의 문제가 있지만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에서 재벌의 역할을 줄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물론 대기업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재벌의 역할을 크게 감소했다"며 "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에서 폭넓은 경제 주체를 기반으로 하는 전환은 아직 진행 중이고, 잘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도화되는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상당히 빠른 성공을 거뒀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로봇과 자동화, 디지털 기술, 세계 교역 시스템 등을 잘 활용해 노동집약 산업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또 애쓰모글루 교수는 앞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화로 인한 불평등과 경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국가는 견고한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국가 개입이 커지는 만큼 사회가 더 강력하게 민주주의에 참여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애쓰모글루 교수는 "기후변화는 세계 존립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녹색 에너지와 관련된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인프라 건설, 탄소세, 오염 규제 등 정부가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는 미·중 간 갈등 격화와 러시아의 위협 등을 제시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중국은 부상하고 러시아는 쇠퇴하는 권력"이라며 "러시아는 세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글로벌 평화를 위협하면서 분쟁을 일으키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과거 중국 정부는 서방과의 충돌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10년간 대담하게 나오면서 반서방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과 같은 중립국에는 상당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 냉전과 현재 신냉전의 차이는 단순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흑백으로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중국은 구소련과 달리 특정 기술에 대해 분명한 리더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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