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먼저 디즈니+의 ‘피노키오’가 베일을 벗었다. 9월 8일 공개된 ‘피노키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인 ‘디즈니 라이브 액션 영화’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톰 행크스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를 모처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40년에 발표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 원작을 최상의 기술력으로 구현하면서 시대에 걸맞은 재해석을 재치 있게 곁들인 웰메이드 리메이크작이다. 이번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다.
피노키오 캐릭터는 기존 애니메이션 캐릭터 디자인을 그대로 따랐다. 귀여운 인상에 옷차림도 같다. 대신에 나무로 만들어진 인형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얼굴부터 모자와 장갑, 신발까지 질감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눈물을 흘리는 피노키오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은 이번 ‘피노키오’의 명장면 중 하나다. 이 외에도 나무 인형의 특징을 살려 기지를 발휘하는 장면에선 디테일한 연출이 말 그대로 불꽃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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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대배우 톰 행크스는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함께 ‘포레스트 검프’(1994), ‘캐스트 어웨이’(2000),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2004) 등 영화사에 남을 대표작 3편을 완성했다. 저메키스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춘 ‘피노키오’에선 첫 등장부터 커다란 존재감과 특유의 온화한 분위기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제페토 할아버지 역할을 할 나이에 접어든 60대 후반의 톰 행크스를 보며 중년 관객들은 회한에 잠길지도 모른다. 앞으로 제페토 할아버지의 이미지는 톰 행크스의 얼굴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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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이기에 목소리 연기를 맡은 배우들과 출연 배우의 연기를 고루 즐길 수 있다. ‘피노키오’의 해설자 역할인 귀뚜라미 지미니 크리켓의 목소리 연기는 조셉 고든 래빗이 맡아 원작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흡사한 익살맞은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피노키오를 모험으로 이끄는 푸른 요정 역은 ‘블랙 워싱’ 논란이 일었으나 가수,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신시아 에리보의 뛰어난 연기와 노래 실력을 확인한다면 이 작품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배우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 밖에도 루크 에반스가 피노키오와 아이들을 ‘기쁨의 섬’으로 데려가는 마부 역으로 등장해 디즈니 라이브 액션 ‘미녀와 야수’(2017)의 가스통 역에 이어 악역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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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라이브 액션 시리즈가 추구하는 스토리의 재해석은 ‘피노키오’에서도 적용된다. 저메키스 감독은 제작을 맡은 크리스 웨이츠와 함께 시나리오를 공동 작업하며 원작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각색으로 실사 영화만의 매력을 획득한다. 나무조각가 제페토의 작업실 벽에 붙어 있는 뻐꾸기시계들은 디즈니 캐릭터들을 유쾌한 방식으로 오마주하고, 피노키오와 소녀의 우정담을 새롭게 추가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기존의 결말을 조금 다르게 해석하는 마무리도 현명한 선택이다.
영화 ‘피노키오’는 양심(Conscience)이라는 단어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든다. “마음속 목소리인데 사람들이 무시하기 일쑤지. 그래서 요즘 세상이 이 모양인 거야.”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아는 자칭 ‘도덕적인 곤충’ 지미니의 뼈 있는 말이다. 어쩌면 디즈니의 고전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 만난 ‘피노키오’를 보며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건 영화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 마음속 목소리가 아닐까. 사람이 되는 비결을 묻는 피노키오에게 ‘남을 먼저 생각하고 착하고 용감하게 살면 된다’는 충고가 옛날 옛적에나 통하던 거짓말이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고전이 지닌 가치를 생생하게 되살려낸 디즈니+의 ‘피노키오’의 정공법이 넷플릭스와 대결에서 먼저 큰 점수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