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줄이고 알바 뛴다…고물가·고환율에 우는 美유학생들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2.09.1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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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하버드대 제371회 학위수여식이 열려 교육학과 졸업생들이 학위를 받으며 책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2.05.27.[케임브리지=AP/뉴시스] 26일(현지시간) 미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하버드대 제371회 학위수여식이 열려 교육학과 졸업생들이 학위를 받으며 책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2022.05.27.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학생 A씨는 최근 더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한 달에 2000달러(약 270만원)하던 집 월세가 물가 상승으로 2350달러로 오른 가운데 원/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도저히 버티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가족들과 함께 유학을 나와 있어 일정 이상의 넓이는 돼야 하는데 물가와 환율이 너무 올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가까이 오르며 미국 유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원화를 미 달러화로 바꾸면 손에 쥐는 돈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현지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3.4원 내린 1380.8원에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80원을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1월3일 1191.8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달 만에 15.8% 올랐다. 원화를 달러화로 바꿨을 때 손에 쥐게 되는 돈이 13.7% 줄었다는 뜻이다.

미국 유학생들은 환율 급등으로 생활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A씨는 "잠시 휴직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유학 중인데 환율이 너무 올라 생활비가 줄었다"며 "외식 등 소비를 줄이고 있지만 월세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집값 자체도 올라버린 상황이라 월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더 작은 곳으로 옮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생활비를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충당하고 있다는 유학생도 있었다. 미국 하와이에서 유학 중인 B씨는 "당초 마련했던 자금만으로는 어려운 상황이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최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며 "여기서 버는 것이라 환율과는 관계가 없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 힘들어진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전년대비 8.5% 상승했다. 7월 물가상승률(9.1%)보다는 내렸으나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도 고민이 많다. 비용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C씨는 한 유학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내년 유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서 더 미룰까 고민 중"이라며 "미뤄도 (환율이)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고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어 머리가 아프다"고 적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약세 흐름을 진정시킬 마땅한 재료가 없어 달러화 강세에 베팅하는 롱(매수)심리를 제어하기 어렵다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은 양호한 미국 고용지표와 긴축 정책 흐름 등 재료가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롱플레이(매수)가 지속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400원까지는 상단이 열려있다고 보고 1400원에 도달했을 때 외환당국이 어떤 수준으로 개입하는지에 따라 향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강한 시그널을 준다면 매수심리가 진정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모니터링하는 정도의 구두개입이라면 오히려 저가 매수성 기회라고 판단한 매수 유입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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