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온다는데'...이재용·최태원, 역발상 베팅 이유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2.09.1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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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생산시설 단지도/사진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생산시설 단지도/사진제공=SK하이닉스


하반기 반도체 불황 전망에도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SK하이닉스 (178,200원 ▼3,000 -1.66%) 등 반도체 회사들의 투자는 계속된다. 과거와 달리 반도체 업황 변동 주기가 짧아진만큼 위기 상황이라도 꾸준한 투자를 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서다.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R&D)과 투자 강화를 통해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6일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 M15X 건립을 발표했다. 다음 달 착공을 시작해 2025년 초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기초공사에 들어갔던 평택캠퍼스 3라인(P3)을 7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7일 미디어 투어를 진행했다. 지난달엔 기흥캠퍼스에 R&D 단지 기공식을 열기도 했다.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반도체 회사들의 이같은 투자 '베팅'은 반도체 업황 사이클 주기가 짧아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업황은 약 5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오고간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주기가 짧아졌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메모리 반도체 사용처가 더 많아지면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초미세공정으로 반도체 공급은 과거보다 까다로운 일이 되면서다.

상황 예측이 더 어려워지면서 반도체 기업으로서도 변하는 수요에 맞춰 투자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 보다는 기업 자체 타임라인대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이다. 미리 투자해야 반도체 호황이 왔을 때 제 때 반도체 공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시장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불황이 2024년쯤을 시작으로 2025년에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2025년 업황 반등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M15X 건설을 계획했고, M15X가 다가올 호황기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2015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를 미리 예측해 경기도 이천의 M14를 건설했고, 2017년부터 2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내기도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SK하이닉스가 성장할 수 있었다"며 "M15X는 다가올 10년을 위한 대비"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공격적 투자를 강조하고 나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미디어투어에서 경쟁사와의 메모리 기술 격차가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 "연구개발 투자를 예전보다 적게 한 탓이 크다"며 "연구개발 투자 강화를 통해 다시 격차를 벌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시황이 하반기와 내년 모두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위기가 곧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업황과 관계없이 우리는 우리 페이스대로 투자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회사들의 생산시설 투자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의 또 다른 부지에 M17 신규 공장 건설을 고민 중이다. 삼성전자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 P3외에 평택캠퍼스에서 3곳을 더 추가해 총 P6까지 생산라인을 가동한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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