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5일'에도 불티나게 산다...한국 화장품에 빠진 일본 여성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09.1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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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텐재팬 캡쳐큐텐재팬 캡쳐


K-콘텐츠를 타고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방역대책으로 화장품 수출금액이 급격히 줄어드는 와중에 일본 시장이 확대되면서 국내 브랜드의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 온라인시장에서 중저가 제품 중심이었던 수요가 고가라인까지 퍼지면서 대형 브랜드도 일본 사업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화장품 월별 수출 금액은 지난 5월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1월 하락폭(-24.8%)이 가장 컸고, 중국 주요 도시가 봉쇄됐던 3월(-16.8%), 4월(-17.8%)에도 두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반면 일본 수출 금액은 증가 추세다. 올 상반기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306억엔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금액(504억엔)의 60%에 달한다. 전체 수입 화장품 중 한국 비중도 지난해 31.4%에서 올 상반기 33.9%로 늘었다.

현재 일본에서 K-뷰티의 주요 판매 채널은 온라인이다. 일본의 4대 오픈마켓 중 두곳인 큐텐재팬, 라쿠텐 화장품 카테고리 판매 상위는 모두 한국화장품이 점하고 있다. 큐텐재팬은 현지 판매자들과 직구몰을 합한 형태다. 회원수 약 2000만명 중 여성 비율이 76%로 압도적으로 높아 K-뷰티의 전초기지로 여겨진다. 세일 상품에 따라 순위 변동이 있긴 하지만 보통 뷰티 카테고리 내 판매 상위 10위 중 7곳이 한국 브랜드다. 리아브, 티르티르, 라카, 이니스프리(아모레퍼시픽), 쿤달, 어뮤즈 등 중저가 브랜드가 인기가 높다. 대부분 직구 형태로 주문 후 일본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5일 정도 소요되지만 그럼에도 주문이 쇄도한다. 라카 관계자는 "그동안 커뮤니케이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큐텐재팬을 통해서만 일본 사업을 전개했지만 내년에는 타 이커머스 플랫폼 런칭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라쿠텐 캡쳐라쿠텐 캡쳐
라쿠텐에서도 화장품 카테고리 판매 1~3위를 한국 브랜드인 VT가 차지하고 있다. VT는 라쿠텐 전체 판매 순위로도 3위, 6위, 10위를 기록 중이다. VT는 코스닥상장사인 브이티지엠피가 전개하는 스킨케어 중심의 화장품 브랜드로 2019년 방탄소년단과 콜라보레이션한 향수를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라쿠텐에서는 VT 외에도 네이처리퍼블릭, 코스알엑스, 아누아 등이 판매 상위에 올라있다.
온라인에서 한국 화장품이 강세를 보이자 일본 현지 매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큐텐 관계자의 말을 빌어 "과거 K-뷰티, K-패션은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가 상품도 인기"라며 "한국 브랜드는 높은 품질, 상품의 스토리, 인스타 감성과 복합적인 매력을 만드는 데 능숙하다"고 보도했다.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대형 화장품 브랜드가 앞다퉈 일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라네즈(아모레퍼시픽)는 오는 14일 일본 최대 규모의 뷰티 스토어인 앳코스메틱도쿄에 입점한다. 첫 오프라인 판매다. 오는 11월에는 일본 전역에 있는 앳코스메틱스토어와 대형잡화점 로프트로 규모를 확대한다. 이와 발 맞춰 11월에는 신명품 브랜드 메종키츠네와의 콜라보레이션한 '네오쿠션 매트 2022 메종 여우'를, 12월에는 방탄소년단의 노래 '버터'를 모티브로 한 립 슬리핑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다. 일본법인인 아모레퍼시픽재팬은 빠른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달 라네즈 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도 지난 1분기 CNP, 오휘 등의 일본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지난 5월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시에 화장품을 연구 개발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에서는 글로벌 소비자들의 감성과 피부 경험을 고려한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소재를 개발하고 LG생활건강 화장품과 소재를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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