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주에 힌남노 물폭탄…태풍의 이런 특징 때문이었다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2.09.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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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스1)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후 소방당국이 경북 포항시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남성 생존자 1명을 구조해 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포항=뉴스1) =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후 소방당국이 경북 포항시 오천읍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남성 생존자 1명을 구조해 나오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역대급 태풍 '힌남노'(Hinnamnor)는 해안가에 가까운 포물선을 그리며 빠르게 내륙을 지나갔지만 포항과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렸다. 태풍의 세력이 워낙 강했던 데다가 남하하는 찬 공기와 만나 국지적인 강수대를 만든 게 이 지역 폭우의 원인이 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오전 5시 기준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10명, 실종 2명, 부상 3명 등 총 15명으로 잠정집계됐다. 이중 울산에서 실종된 1명과 경기도에서 떨어지는 간판에 다친 1명을 제외하면 모두 포항 경주 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를 옮기려다 9명이 물에 휩쓸리는 사고를 당했고 2명은 구조됐으나(부상) 나머지 7명은 숨졌다. 포항시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사고로 1명이 숨졌다.

포항에서는 또 70대 여성이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고 또 다른 1명은 실종 상태다. 경주에서는 집안으로 밀려든 토사에 매몰되는 사고로 1명이 숨졌다.



사유 시설 피해는 포항에서만 주택 약 8000채와 상가 약 3000채가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물이 빠지면서 추가 피해 신고와 농경지 등 침수 신고가 이어지면 피해 규모는 불어날 전망이다.

힌남노는 강한 세력의 태풍으로 많은 수증기를 포함한 데다가 그 수증기가 찬 공기가 만나면서 국지적인 폭우를 만든 것이 포항·경주 지역 피해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힌남노는 태풍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가을에 발생해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한반도를 통과했다. 가을의 해수면 온도는 섭씨 29도를 넘나들 정도로 따뜻한데 수면의 열에너지로 동력을 얻는 태풍에게는 좋은 동력이 된다. 한국에 재산 기준 1,2위 피해를 입힌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는 각각 8월 30일~9월1일, 9월12~13일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가을 태풍이다.


힌남노 역시 강한 세력을 유지한 채 북상했다. 힌남노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 중 중심기압을 기준으로 3위(955.9hPa), 일 최대 풍속을 기준으로 8위(초속 37.3m)를 기록하게 됐다. 힌남노가 전날 오전 4시 50분쯤 경남 거제에 상륙할 당시 중심기압은 955.9hPa였는데 중심기압 기준 2위인 태풍 매미의 상륙 당시 중심 기압은 954.0hPa이다. hPa(헥토파스칼)은 공기가 누르는 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숫자가 낮을수록 강력하다.

또 힌남노 상륙 당시 태풍의 중심을 살짝 비껴난 포항·경주 지역에는 얇고 긴 선상강수대가 형성돼 물폭탄을 맞았다. 선상강수대는 좁은 범위에 집중호우를 내리기 때문에 재해의 원인이 된다. 이 구름대의 영향으로 포항 지역에는 전날 최대 시간당 100mm이 거센 비가 내렸다. 전날 0시부터 7시까지 포항에 내린 비의 양은 342.4mm에 달한다.

선상강수대는 태풍 안에 뭉쳐있는 수증기와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만나면서 생겼다. 태풍은 회전력에 의해서 수증기가 뭉치는 구역이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번 태풍의 경우 포항과 경주 일대가 그 지역에 위치했다. 또 태풍은 고온다습한 공기를 포함하고 있어서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만나면 많은 비를 만들게 된다.

한편 전날 오전 4시50분쯤 경남 거제도에 상륙해 내륙을 통과한 태풍 힌남노는 오전 7시쯤 울산 동해안으로 빠져나간 뒤 같은 날 밤 9시 일본 삿포로 서북서쪽 약 400㎞ 부근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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