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슈퍼달러가 온다..."환율 1500원 충격 각오해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9.07 15:43
글자크기

[인터뷰]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임성균 기자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 /사진=임성균 기자


"환율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경제도, 주식시장도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수혜를 논하는 것도 환율 상승이 멈춘 이후에나 가능하다. "

홍춘욱 리치고인베스트먼트 대표는 7일 "환율이 상승한다는 것은 결국 한국에 들어온 돈이 해외로 나가고 있다는 뜻이고 외환보유고는 이미 줄고 있다"며 "정책당국이 보유한 달러가 시장에 나오는 한편 시장에 풀린 원화가 당국에 다시 회수되면서 시중 자금경색·신용경색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5원 오른 1384.2원에 마감했다. 슈퍼달러가 전세계 모든 통화를 짓눌렀다. 원화는 올해 들어서만 약 16% 절하됐다. 1달러=1유로는 20년만에 깨졌고 달러-엔 환율도 1998년 이후 최고치다.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을 지낸 홍 대표는 국내 대표 환율 전문가다. 홍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환율 급등은 그 자체로 자기실현적(Self-fulfill) 위기를 불러온다. 자기실현적 위기란 투자자들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 한 행동이 우려한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투자자에게 한국 주식 매도 '신호'로 작용한다. 외국인의 韓주식 투매가 이뤄지면 외환시장에는 달러수요가 급증한다. 달러수요가 올라가면 원/달러 환율은 더욱 상승 압력을 받는다. 이 때 외환시장에 부족한 달러를 한국은행이 일부 감당하면서 외환보유고도 줄게 된다. 이에 환율은 더 오르고 외국인은 또 다시 한국주식을 투매하는, 연쇄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외국인 주식 투매와 달러 수요 증가로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를 사용하면서 시중에 풀린 원화가 회수된다. 이로서 자동으로 양적긴축(시중에 풀린 유동성 흡수) 효과가 발생한다. 결국 환율 상승은 그 자체로 경제를 훼손하기 시작한다.
달러·원 환율이 장중 1380원을 돌파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 대비 5.3원 오른 1377.0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1380원을 넘기며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중노출 촬영) 2022.9.7/뉴스1달러·원 환율이 장중 1380원을 돌파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전날 대비 5.3원 오른 1377.0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 1380원을 넘기며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중노출 촬영) 2022.9.7/뉴스1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말(4386억1000만달러) 대비 21억8000만 달러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 외환시장 개입 속도 조절로 전달 소폭 늘었다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홍 대표는 "환율은 자기실현적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데 최근 외화예금이 증가하는 것은 그 증거"라며 "투자자들은 달러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계속된다고 생각하면서 달러화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는 환율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은 903억8000만 달러로 전월대비 33억2000만달러 늘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 등이 국내 보유한 외화예금이다.

특히 미국 달러화 예금은 28억6000만달러 늘어난 764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계속된 달러 강세로 달러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홍춘욱 대표는 달러화의 파괴적 강세 구간에서 주식시장 수혜주와 피해주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슈퍼달러가 추세적으로 계속되면 수출기업이 이득을 볼 거란 기대감이 있지만 기업들은 환 변동 위험을 줄이려 선물환 매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는 크지 않은 반면, 수입 원자재값 상승으로 부담은 커져 환율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실제로 이익을 보는 기업은 별로 없다"고 분석했다.
달러·원 환율이 장중 1385원을 돌파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385원을 상회한 것은 13년 5개월 만이며, 6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2022.9.7/뉴스1달러·원 환율이 장중 1385원을 돌파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1385원을 상회한 것은 13년 5개월 만이며, 6거래일째 연고점을 경신했다. 2022.9.7/뉴스1
달러강세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차 (289,500원 ▲1,000 +0.35%)조차, 2000년이후 환율과 주가 상관관계를 따져볼 때 오히려 환율 상승기에 주가 하락 패턴을 보였다. 환율 하락기에는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자본집약적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기업은 환율이 상승할 때 주가가 더 크게 내렸다. 올 들어 삼성전자 (81,300원 ▲500 +0.62%) 주가가 신저가 부근을 맴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출기업의 경쟁력이 좋아지는 것은 환율상승이 멈춘 이후다. 환 변동성이 안정되면 외환시장에 대한 투기적 공격이 멈추고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여력을 가지면서 수출기업이 살아난다는 판단이다.

홍 대표는 "현재 원/달러 환율 상단은 1500원까지 열려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거의 1400원에 육박했지만 마땅한 저항선이 없어 상단을 1500원까지 열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1997년 외환위기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진단이다. 전세계적인 달러강세는 한국경제 자체가 원인이 아닌, 유럽과 중국경제 문제로 야기된 결과여서다. 그는 "슈퍼달러 앞에 어떤 통화든 약세가 불가피하고 원화도 마찬가지"라고 말을 맺었다.

한편 이날 코스피 지수는 33.56포인트(1.39%) 내린 2376.46에 마감했다. 하루만에 12원 넘게 오른 환율 충격에 외국인이 493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