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룡 맞서 5천만불 수출탑, 성장 비결은...

머니투데이 임윤희 기자 2022.09.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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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엑스레이 진단장비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신규시장 개척 주효”

▲엑스레이 진단장비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엑스레이 진단장비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연구·개발에서 고객지원까지 원스톱 솔루션’.

2001년 창립한 엑스레이 영상진단장비 전문기업 제노레이의 성장 비결이다. 제노레이는 영상진단장비 중 고부가가치 특수장비인 Mobile C-Arm(이동형 씨암), Mammography(유방질환진단장비), Dental X-ray(치과용 엑스레이 검진장비)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다. 특히 Mobile C-Arm은 판매대수 기준, 최근 수년간 국내 점유율 70%를 넘어 국내 시장 리더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노레이는 수출이 전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수출중심기업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021년 5천만불 수출을 달성했다. 또 지난 8월 초에는 반기보고서를 통해 2분기 매출액 222억원(전년비 +31.6%), 영업이익 45억원(+27.2%), 순이익 41억원(+28.6%)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해 매서운 성장세를 알렸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를 만나 성장 비결에 대해 물었다.



제노레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제노레이는 2001년 창립한 엑스레이 영상진단장비 전문기업이다. 엑스레이 시스템을 연구·개발, 제조, 판매, 고객지원까지 전담하는 전문기업으로, 자사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2002년 국내최초로 Mobile C-Arm 제품군을 개발한 이래 메디컬 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으며, 국내 씨암 점유율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2021년도 연 기준 매출액은 743억원 규모다.

금년 상반기 기준, 임직원수는 261명으로 R&D 인력 66명(25%)과 해외 3개 법인(미국, 독일, 일본)을 운영 중이다. 메디컬 제품인 외과수술용 Mobile C-Arm, Mammography, 덴탈 제품인 Dental X-ray, Portable X-ray(휴대용 엑스레이 장비), Standard X-ray(스탠더드 엑스레이 장비)의 연구·개발, 제조, 판매 그리고 고객지원까지 모두 수행하고 있다.

2001년 메디슨 연구개발(R&D) 인력 중 일부가 독립해 창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여 년 기업을 이끌어오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있었다면
지난 21년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장악한 국내외 시장에 진입해,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도 ‘지속 성장’이 가장 중요한 기업의 가치라는 마음가짐으로 지난 21년간 제노레이를 이끌었다. 당사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는 국내 상급종합병원 진입이 미진한 것, 공장부지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그 외 해외 입찰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견제도 날로 거세지나 전 임직원이 합심해 대처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양질의 우수인력 채용·관리가 가장 큰 문제다. 당사의 월급수준이나 복리 후생이 대기업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자부하지만 구인난은 여전하다. 사회 분위기가 전환돼 좋은 인력이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길 바란다.


▲엑스레이 진단장비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엑스레이 진단장비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2019년 3천만불 수출의 탑 수상 후 4년 만에 또다시 5천만불 수출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성장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세계 의료장비시장이 지속 성장추세를 보인다. 전 세계 인구 고령화에 따른 첨단의료기술 수요 증가와 보급이 시장의 탄탄한 성장 동력이 됐다. 그중 제노레이가 속한 영상진단장비 시장은 규모가 체외진단, 심혈관분야에 이어 세 번째로 추정된다. 이 밖에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신규시장 개척이 주효했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브라질, 유라시아, 동유럽 시장을 개척한 것이 수출 증가로 이어졌다. 또 일본의 글로벌 치과기기 종합기업 ‘GC Corporation’과 맺은 전략적 제휴도 큰 역할을 했다. 이로써 일본의 치과용 엑스레이 검진장비 시장에 CT제품을 필두로 당사의 장비 판매를 본격화한 것이 수출 증가에 일조했다.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열심히 근무하여 훌륭한 성과를 낳은 것이 가장 큰 비결이다.

제노레이 제품에 적용된 핵심 기술에 대해 소개를 해주신다면
X선 영상진단장비의 3가지 핵심기술은 X선 발생기(Generator), 디텍터(Detector), 영상구현 S/W에 있다. X선 발생기는 고열, 고전압, 고출력을 제어하고 버텨낼 정교함과 내구성이 필요하다. 디텍터는 인체를 투과한 X선을 감지하는 장치로, 확보한 X선 데이터에 왜곡이 적어야 한다. 영상구현 S/W는 디텍터가 보내준 데이터를 영상으로 재구성하여 의료진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핵심기술이다. 제노레이는 자사의 엔지니어들이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하여 국내외 특허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제조, 판매하는 제품에 모두 적용한다. 이렇게 축적된 기술력으로 고객의 요구에 신속대응이 가능하다. 이는 경쟁사 대비 큰 장점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메디컬·덴탈 제품군을 동시에 구축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메디컬과 덴탈 제품군이 같은 엑스레이 기술을 활용하니 유사해 보이겠지만 사업 측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그래서 연구소, 영업을 분리하여 다른 방식으로 운영해야 하기에 비즈니스 차원에선 비효율적이라 볼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메디컬과 덴탈 사업을 동시에 하는 회사는 전 세계 시장에서 아직 접하지 못했으며, 국내에서도 제노레이가 유일하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생존을 위해서다.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지속 성장해야 하는데 국내 중소기업으로서 세계 굴지의 의료기기 회사와 경쟁이 쉽지 않은 만큼, 위기에도 버틸 수 있도록 두 개의 사업 축을 만들었다. 두 분야를 함께 영위하는 게 비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전사 매출이 한 분야의 경기 흐름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한 분야의 거래선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거나, 기존 업체를 연결해주기도 하면서 영업망 확대 효과를 거둘 수도 있었다.

제노레이는 2002년 국내최초 ‘Mobile C-Arm’ 개발 이후 국내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70%대)를 차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매출 비중 36.5%로 제노레이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Mobile C-Arm의 시장 경쟁력은 무엇인가
Mobile C-Arm 시장의 경우, 초창기 태동에서 성장을 거쳐 안정기에 다다를 때까지 기술 경쟁력은 업체 간 대동소이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장비로 의료진과 환자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고객중심으로 영업과 고객지원에 전력했던 게 당사가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지난 21년간의 노력으로 제노레이의 Mobile C-Arm 관련 기술 경쟁력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국내점유율은 70% 정도이고, 세계 시장에서도 당사의 장비는 5위권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이다. 제노레이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Mobile C-Arm의 연구·개발에 계속 투자할 것이다.

2008년 유방암 진단장치 전문 제조 기업인 ㈜라디크를 인수합병하며 Mammography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까지 사업 현황이 궁금하다
Mammography는 유방질환진단장비다. 2021년 매출액이 약 75억원으로 타 분야에 비해 금액과 비중이 적은 편이나, 유방암에 대한 전 세계적 경각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어 당사 제품에 대한 문의가 계속,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당사가 2021년 출시한 ‘HESTIA’는 한국 기업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DBT(Digital Breast Tomosynthesis, 디지털 유방 단층촬영 3D합성) 기능을 인증했다.

이로써 기존의 2D장비보다 더욱 정확한 검진이 가능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 우수디자인상품(GD)에 선정(2020년)됐을 만큼 외관이 유려하여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베트남과 이라크에 수출했으며 타 지역 판매도 협의 중이다.

수출 위주의 기업인 만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 시장 공략에 대해서는 고객과 같은 시간대에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즉시 지원이 가능한 현지법인을 계속 늘려가는 걸 원칙으로 한다. 당사는 미국과 독일의 법인을 통해 북미, 유럽지역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 중이며, 타 지역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의료장비전시회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좋은 접점이라 적극 참여하고 있다. 금년, 아랍에미리트의 Arab Health, AEEDC, 일본의 ITEM, 오스트리아의 ECR에 단독부스로 참가했다. 3~4분기에는 프랑스의 ADF, 미국의 RSNA, GNYDM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독일 IDS에 참가도 예정돼 있다.

각국의 유능한 거래선을 지속 탐색하고, 협력을 타진한다. 특히 일본의 GC Corporation과 제휴하여 일본 의료기기 인증(PMDA) 획득에 성공했으며, 현지 판매를 본격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글로벌기업 A社와 제휴하여, 해당사의 전 세계 유통망을 통해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의료기기 조달사업에 현지 파트너와 협업하여 상황에 맞는 응찰 전략으로 참가한다. 금년 상반기에는 중동지역에서 Mobile C-Arm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엑스레이 진단장비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엑스레이 진단장비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김휘선 기자
제노레이의 해외 국가별 인증 획득 현황은 어떠한가
2022년 상반기 기준, 제노레이는 FDA(미국), MDD(유럽), PMDA(일본), NMPA(중국), ANVISA(브라질) 등의 의료기기 인증을 85개 획득했다.

의료기기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료기기 인증인데 각 국가별, 제품별로 필요하여 그 획득에 1년에 약 10억원 이상 투입 중이다. 게다가 매년 심사와 갱신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당사는 사내 인증팀과 현지 파트너의 긴밀한 협업으로 힘든 인증작업을 하나하나 성공해나가고 있다.

최근 유럽 의료기기 인증제도가 MDD에서 MDR로 변경돼 대응 중이며, 일부 제품의 중국 NMPA 인증 획득이 목전에 다다라, 마무리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세계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제노레이만의 역량이 있다면
연구·개발부터 제조, 판매 그리고 고객지원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내재화해낸 것이 제노레이의 가장 큰 강점이다. 내재화를 달성하면 협력업체가 제시하는 가격과 시간의 합리성을 검증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협력업체의 주장이 가격설정, 제품개발 등에 영향을 미쳐 당사가 자율성과 시장대응력을 잃는다.

당사는 매년 총 매출의 8%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신기술을 획득하고 부품과 제품에 적용해 자체 생산한다. 이렇게 가치사슬을 내재화하여 기술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국내외 판매와 고객지원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이 아닌, 병·의원에 직접 판매(B2C)하고 있는데, B2C 비즈니스를 추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기업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B2B는 시장과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유통기업에 생산기업이 종속될 수 있다. 제노레이는 B2C 방식으로 독자브랜드를 개발하여 영업과 마케팅을 수행한다. 제품의 경쟁력이 있다면 B2C 방식에 대해 예상되는 위험도는 줄어들고, 기업이 자유롭게 의사 결정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장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전국 고객지원망을 확충했다. 부산지사를 정비했으며 대전지사를 신설했다. 광주지사도 신설할 계획이다. 파트너사 제휴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현재 임플란트 업체인 네오바이오텍과 협력하여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제노레이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 9개사만 인정받은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선도형)’ 중 하나로 지정됐는데

당사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선정하는 선도형 우수 국내의료기기 기업으로 선정됐다. 선도형 신청자격은 연 매출 500억원 이상에 총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중 6% 이상이 조건이다. 연구인력과 시설의 우수성, 중장기 연구개발전략, 경영진의 의지, 해외진출 성과 등이 평가 요소였다.

선도형으로 선정된 기업은 9개로 루트로닉, 삼성 메디슨, 씨젠, 아이센스, 오스템임플란트, 인바디, 지멘스헬시니어스(이상 2020년 선정), 제노레이,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상 2021년 선정)이다.

지난 21년간 엑스레이 영상진단장비에 집중하여 성과를 일궈낸 모든 임직원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생각한다. 선정해주신 관계부처에 감사드린다.

앞으로 계획은
세계시장을 선도해나가는 ‘엑스레이 영상진단장비 전문기업'으로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중단 없이, 혁신적으로 해나가겠다. 또 수출중심기업으로서 대한민국과 제노레이의 명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계속 힘쓰겠다.
회사를 창립하고 21년간 이끌어온 것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모든 직원이 함께해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회사를 통해 비전과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

제노레이 박병욱 대표
1962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학사
(주)신도리코 기술연구소
(주)메디슨 엑스레이사업부
(주)제노레이 대표이사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진흥재단 이사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
코스닥협회 부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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