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인구절벽 시대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하려면

머니투데이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2022.09.08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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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이길우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이길우


통계청이 지난 8월24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출생아 수는 5만99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7명 감소했다. 이는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수준인 2.1명에 한참 못미치는 것은 물론 OECD 평균인 1.59명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이미 역사상 최초로 사망자(30만명)가 출생아(27만명)보다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2030년쯤부터 본격적인 인구감소가 예상된다. 인구감소 시대, 미래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인재확보가 절실하고 중요한 정책적 이슈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미래 신산업과 우리 사회의 지속성장을 견인할 과학기술 후속세대 양성은 국가적 과제다. 이에 세계 각국은 미래 신산업을 주도할 핵심인재 영입과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H-1B비자 발급자격을 완화하는 등 해외인재 유치에 공을 들인다. 중국은 천인(千人)·만인계획(萬人計劃)에 이어 세계 일류대학과 학과를 키운다는 쌍일류(雙一流)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유럽연합(EU)은 AI분야 인재유출(brain drain)을 방지하기 위해 다국적연구소 ELLIS를 운영한다. 우리 정부도 인구감소로 예견되는 성장잠재력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 대학원 유입학생 감소 등으로 과학기술분야의 인력공급은 더욱 제약돼 중장기 인력수급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우수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개방적 생태계 조성은 요원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하는 일부 법·제도는 이공계 교육혁신을 저해한다.

우선 국내에서 배출된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가 국내 노동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은 지속 증가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졸업 후 본국으로 돌아간다. 외국인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관심 일자리정보를 제공하고 수요기업과 매칭해주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요를 발굴해야 한다.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영문 취업정보, 중소기업 정보 등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종합정보시스템 구축도 시도해볼 만하다. 구직활동을 위한 체류기간을 연장(최대 3년)하는 등 관련규제도 정비해야 한다. 미국은 STEM OPT비자(졸업 후 현장실습) 등을 통해 이공계 유학생을 대상으로 3년의 체류기간을 보장하고, 독일은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유학생에게 18개월간 독일 내 구직활동을 허용한다.



다음으로 퇴직과학자가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오랜기간 축적한 전문성에 최신의 정보와 지식을 더할 수 있도록 이론교육과 실습기회를 제공해 퇴직 이후에도 새로운 활동과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하고 획일화한 교육이 아닌 고경력자의 역량과 고용환경 변화를 반영한 교육체계를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현장에서 퇴직한 기술자들을 재고용해야 한다. 기술자의 경력과 역량정보를 기존 일자리정보와 연계해 체계적으로 저장, 관리, 공유할 수 있는 일자리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은퇴 기술자들이 정년 이후에도 경력단절 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창구를 신설해야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우리 사회에 예고된 위기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국가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핵심은 과학기술이며 우리나라의 미래는 과학기술 인력에 달렸다. 미국은 반도체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민법까지 손본다는 계획이다. 외국인 유학생과 은퇴 과학기술자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이 신명 나게 연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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