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관 잠그자…비싼 천연가스 대신 LPG 찾는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2.09.07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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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관 잠그자…비싼 천연가스 대신 LPG 찾는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자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고 있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LPG(액화석유가스)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정부도 오는 10월부터 천연가스에 LPG를 혼입시키기로 하면서 LPG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 LPG 소비량은 7965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9.6% 늘었다. 1분기 천연가스 대체제로서 LPG 수요가 급증한 것이 소비량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다. 주요 고객사인 석유화학업계 시황이 안 좋아지면서 2·3분기엔 산업체 수요가 줄었지만 동절기인 4분기엔 다시 큰 폭으로 수요가 늘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럽 가스가격의 기준이 되는 10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 가격은 지난달 26일 346.5유로까지 역대 최고수준으로 폭등했다. 1년 전 기록했던 29유로에 비하면 10배 넘게 올랐다. 러시아의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르팀-1을 완전히 잠그면서 각국의 천연가스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가격도 앞으로 더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가스공사의 9월분 가스 도매가격도 Gcal(기가칼로리)당 14만4634원을 찍으며 지난달보다 13.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9월의 2.4배 수준이다. 가스 도매가격은 6월 7만7000원에서 7월 9만1000원, 8월 12만7000원에 이어 9월 14만원을 돌파하며 무섭게 오르고 있다.



정부는 천연가스 가격 강세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천연가스에 LPG를 혼입하기로 했다. 2023년 3월까지 LPG 혼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도 열량 조정을 위해 일부 혼입이 가능했지만 LPG 혼입 확대를 위해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까지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혼입에 따른 손해가 발생하면 보상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시켰다.

혼입하는 LPG 물량은 약 80만톤으로 추정된다. 연간 LPG 소비량이 1000만~1100만톤 임을 고려했을 때 7~8%의 수요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SK가스, E1 등 LPG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SK가스의 경우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산업체향 공급이 1분기 9만톤 늘면서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1057억원을 기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대신 LPG를 사용하는 경우는 늘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 개발 확대와 천연가스전 개발에 따라 LPG 공급량은 수요를 초과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LPG협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LPG 생산량은 3억3000만톤으로 수요량 3억1700만톤을 웃돈다.


독일 화학기업 에보닉(EVONIK)은 지난달 천연가스 공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LPG로 전력을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에보닉은 LPG는 천연가스보다 열량이 높아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보닉은 가스화력발전소 수요의 40%를 LPG로 대체해 전기를 생산한다.

다만, 석유화학업체들이 불황으로 가동률을 줄이는 것은 여전히 LPG업계의 고민으로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엔 난방 수요도 크고 천연가스 LPG 혼입도 예고돼 판매량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산업체 고객인 석유화학업체들이 시황이 악화되면서 2분기부터 공장 가동을 줄이고 있어 실적이 어떨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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