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울산' 중화학공단 할퀸 힌남노...포항제철소 물에 잠겼다

머니투데이 김도현 기자, 김성은 기자, 이강준 기자 2022.09.0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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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부은 물폭탄에 경북 포항시 전역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 1문 앞 도로에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6일 오전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쏟아부은 물폭탄에 경북 포항시 전역이 물바다로 변한 가운데 포스코 포항제철소 1문 앞 도로에 차량들이 침수돼 있다.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국내 중화학산업 단지를 휩쓸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해당 지역에 큰 피해를 안겼던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를 능가하는 규모로 예보되면서 강도 높은 대비책을 펼쳐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지만 일부 지역의 집중호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포항 지역의 포스코는 제철소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4시 50분께 경남 거제에 상륙한 뒤 영남지역을 통과해 오전 7시 10분께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태풍이 접근하면서 부산·울산, 전남 여수, 경남 거제·통영·창원, 경북 포항 등이 직접 영향권에 들었다. 해당 지역은 국내 주요 공업단지가 자리한 곳이다. 주요 철강·조선·석유화학·완성차 생산 시설이 밀집했다.

'침수' 포스코 제품 출하 차질...중견 철강사들 수천억원 손실우려도
가장 피해가 극심한 곳은 철강업계다. 특히 포스코는 포항지역의 집중호우로 형산강이 넘치면서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겼다. 포항제철소 정문 앞을 잠식한 물이 제철소 내부로 스며들면서 주요 공장들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정에는 화재가 발생하고 생산설비가 물에 잠기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전 7시 17분경 포항제철소 곳곳에서 화염이 감지됐다. 거센 바람과 비의 영향으로 전력 수급에 일부 문제가 발생하며 정전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공정 내 공기흡입 장치가 꺼지면서 회수돼야 할 방산가스가 외부로 자동 방사됐다. 발생 초기 포스코에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는데, 정상적인 조치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화재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스테인리스 2제강·2열연 공장에서 불길이 일었다. 화재 발생 후 포항제철소 자체 소방인력과 소방당국의 인력이 투입돼 불길은 모두 잡았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침수 과정에서 전력계통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 침수다. 한 때 이날 화재진화에 투입됐던 사내 소방대원 4명과 공장직원 18명이 고립됐을 정도였다. 포항제철소 자연재난상황실은 직원들과 사내 협력사에 별도 연락이 있을 때까지 자택서 대기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포항 시내를 포함한 포항제철소 진출입로가 침수되면서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상주인력의 교대·출근도 불가능해졌다.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6일 오전 7시30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 인근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과 포항제철소 자체 소방대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불길이 치솟고 있다.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6일 오전 7시30분쯤 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 공장 인근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과 포항제철소 자체 소방대가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불길이 치솟고 있다.2022.9.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해당 악재들이 겹치면서 오후 늦게부터 피해 규모 추산작업이 진행됐다. 포스코 고객사들과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1개월 안팎의 조업·출하 차질이 예상된다. 고로(용광로) 가동도 멈췄다. 1~3고로가 휴풍에 돌입하며 포항제철소가 사실상 휴업 상태에 돌입했다

한 고객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파악하기로는 포항제철소 거의 전 지역이 침수된 상황"이라면서 "후·강판 등 판재와 선재류 등의 완제품뿐 아니라 원료들마저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장 복구 및 제품 생산·출하에 이르기까지 공정 전체가 재개되는 데 최소 1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물에 잠긴 완제품들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 고철(스크랩)시장에 대량 유입될 전망이다. 스크랩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포스코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중견 철강사들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장시간 조업 중단과 수천억원대 손실이 예견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에 복구 및 가동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추가적인 피해상황 확인 및 복구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머문 시간 짧아 다행"...조선·석유화학·완성차 정상조업

권오갑 HD현대 회장(왼쪽 세 번째),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두 번째) 등이 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병천 지부장 등과 태풍 대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권오갑 HD현대 회장(왼쪽 세 번째),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두 번째) 등이 5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병천 지부장 등과 태풍 대비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조선·석유화학·완성차 등 다른 업계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사들은 힌남노가 한반도 방향으로 경로를 틀었다는 예보를 접한 직후부터 대비에 나섰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은 종합상황실을 중심으로 태풍에 대비했다. 각사별로 수립해온 매뉴얼을 중심으로 대비책을 펼쳤다.

건조 중인 선박들과 해상크레인을 서해지역으로 피항했으며, 피항이 불가한 계류 중인 선박들과 도크 등은 고정하는 로프 보강 작업을 펼쳤다. 조선소 특성상 해안가 야외지역에 설치된 화장실·휴게실 등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를 고정하고 주요 비산물을 사전에 치웠으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차수벽을 설치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태풍의 강도는 거셌으나 과거 큰 피해를 줬던 태풍들보다 머물렀던 시간이 짧아 버틸 수 있었다"면서 "오후부터 작업자들이 출근해 어지러진 현장을 복구하고 정상 조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4시간 가동되는 석유화학 시설들도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다.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시설물 점검과 피해상황 모니터링이 지속됐으며 태풍이 지나가는 순간에도 공정이 정상 가동 됐다. 현대차도 별다른 차질 없이 태풍 위기에서 벗어났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던 생산차 5000여대를 제자리로 옮기는 작업과 주요 생산설비가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의 주요 고객사인 조선업계와 현대차는 포스코의 후·강판 공급 차질 우려에 대해 "1개월 이상 제품 생산이 가능한 재고를 비축한 상태며, 공급선이 다변화된 상태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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