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수' 포스코 제품 출하 차질...중견 철강사들 수천억원 손실우려도 가장 피해가 극심한 곳은 철강업계다. 특히 포스코는 포항지역의 집중호우로 형산강이 넘치면서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겼다. 포항제철소 정문 앞을 잠식한 물이 제철소 내부로 스며들면서 주요 공장들 상당수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정에는 화재가 발생하고 생산설비가 물에 잠기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화재는 다른 곳에서 발생했다. 스테인리스 2제강·2열연 공장에서 불길이 일었다. 화재 발생 후 포항제철소 자체 소방인력과 소방당국의 인력이 투입돼 불길은 모두 잡았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침수 과정에서 전력계통에 이상이 생겨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 침수다. 한 때 이날 화재진화에 투입됐던 사내 소방대원 4명과 공장직원 18명이 고립됐을 정도였다. 포항제철소 자연재난상황실은 직원들과 사내 협력사에 별도 연락이 있을 때까지 자택서 대기하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포항 시내를 포함한 포항제철소 진출입로가 침수되면서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상주인력의 교대·출근도 불가능해졌다.

한 고객사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파악하기로는 포항제철소 거의 전 지역이 침수된 상황"이라면서 "후·강판 등 판재와 선재류 등의 완제품뿐 아니라 원료들마저 물에 잠겼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장 복구 및 제품 생산·출하에 이르기까지 공정 전체가 재개되는 데 최소 1개월이 필요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전망이다. 물에 잠긴 완제품들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 고철(스크랩)시장에 대량 유입될 전망이다. 스크랩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포스코로부터 원재료를 납품받아 완제품을 생산하는 중견 철강사들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장시간 조업 중단과 수천억원대 손실이 예견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무엇보다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면서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에 복구 및 가동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추가적인 피해상황 확인 및 복구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머문 시간 짧아 다행"...조선·석유화학·완성차 정상조업

건조 중인 선박들과 해상크레인을 서해지역으로 피항했으며, 피항이 불가한 계류 중인 선박들과 도크 등은 고정하는 로프 보강 작업을 펼쳤다. 조선소 특성상 해안가 야외지역에 설치된 화장실·휴게실 등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를 고정하고 주요 비산물을 사전에 치웠으며,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차수벽을 설치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태풍의 강도는 거셌으나 과거 큰 피해를 줬던 태풍들보다 머물렀던 시간이 짧아 버틸 수 있었다"면서 "오후부터 작업자들이 출근해 어지러진 현장을 복구하고 정상 조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4시간 가동되는 석유화학 시설들도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겼다.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면서 시설물 점검과 피해상황 모니터링이 지속됐으며 태풍이 지나가는 순간에도 공정이 정상 가동 됐다. 현대차도 별다른 차질 없이 태풍 위기에서 벗어났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선적 부두와 저지대에 있던 생산차 5000여대를 제자리로 옮기는 작업과 주요 생산설비가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의 주요 고객사인 조선업계와 현대차는 포스코의 후·강판 공급 차질 우려에 대해 "1개월 이상 제품 생산이 가능한 재고를 비축한 상태며, 공급선이 다변화된 상태기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