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생명과학 급성췌장염 치료제 임상 성패…당국 "현 단계서 단정 어려워"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9.07 15:23
글자크기

최근 1/2a상 결과 발표한 중등증 이상 급성 췌장염 치료제 'SCM-AGH'
1차 평가 변수 통계적 유의성 미확보…'임상 실패' 인식에 기업가치 급락
사측 "안전성과 탐색적 유효성 충분히 확보…2상 단계 통계검정 필수요소 아냐"
식약처 "현 단계서 판단 어려워…후속 임상계획 승인 여부가 근거될 것"

손병관 에스씨엠생명과학 대표가 급성췌장염 치료제 'SCM-AGH'의 임상 1/2a상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병관 에스씨엠생명과학 대표가 급성췌장염 치료제 'SCM-AGH'의 임상 1/2a상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스씨엠생명과학 (2,590원 ▼40 -1.52%)의 급성췌장염 치료제 임상 1/2a상 결과를 둔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1차 유효성 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결과에 '임상 실패'라는 시장의 부정적 시선과 보조 지표를 통한 탐색적 유효성 확인으로 당초 목표한 데이터 확보에 성공했다는 회사측 입장이 맞서고 있다. 규제당국은 회사가 현재 확보한 데이터가 다음 임상 진행을 위한 시험계획 승인에 충분한 설득력을 부여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성패를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7일 안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정책과장은 "특정 임상의 1차 평가지표가 미충족 됐다고 그 임상을 무조건 실패라고 할 순 없지만,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선 다음 단계 임상시험계획(IND)에서 보조 지표 데이터가 충분한 설득력을 얻어야 한다"며 "부족한 1차 평가 지표를 보조(2차) 지표로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는지는 계획서에 포함된 데이터를 세부적으로 살펴야 확인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회사가 최근 발표한 급성췌장염치료제 'SCM-AGH'의 임상 1/2a상 결과에 기인했다. 회사는 중대한 이상반응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1상(4명)을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고, 2a상(36명)에서 중증도가 완화된 대상자가 시험군에서 더 많은 것(시험군 47.06%, 위약군 35.71%)을 확인했다.

하지만 1차 유효성 평가지표로 설정했던 투여 후 28일차 CTSI(단층촬영 중증도지수)에서 위약군(14명) 대비 시험군(17명)에서의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진 못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CTSI는 췌장염의 예후를 판단하는 대표 지표 중 하나다. 지난달 31일 해당 내용 공시 이후 다음날 주가는 곧바로 23.28% 급락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임상 성과를 판단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인 1차 평가 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결과에 시장이 임상 결과를 실패로 받아들이면서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측은 이번 임상 결과를 실패로 받아들이는 것은 임상연구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오해라고 보고 있다. 손병관 에스씨엠생명과학 대표는 "임상 1상과 2a상은 정의상 안전성과 탐색적 유효성만 확인하면 성공으로 본다"며 "이번 임상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충분히 도출했고, 임상연구의 본질을 아는 분들은 오해가 없었을텐데 최근 다른 바이오기업들의 부정적인 사례들이 겹치며 오해가 발생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2a상은 약물 유효성을 입증한 충분한 정보 획득이 목적으로 평가지표를 충족한다면, 통계검정이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목표한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2b상 추진을 이상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유효성 입증의 근거로 내세운 요소는 2차 지표인 CRP(급성 염증이나 감염 표지자 C-반응성 단백 농도 검사)다. 투여 후 1~3일간 시험군 내 일관된 CRP 정량 감소를 확인했다. 비록 적은 수로 진행된 연구에서 1차 지표의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 외 평가 변수에서 췌장염의 호전 경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는 게 회사 측 결론이다.


신일상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염 중증도의 예후에서 절대 CRP 수치와 유사한 수준의 척도로 여겨지는 초기 CRP 정량의 위약군 대비 유의미한 정량 감소는 의미있다고 판단된다"며 "평가 변수와 적절한 대상 환자를 잘 설정한다면 향후 연구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을 둔 식약처의 입장은 명확하다. 현 단계에서 임상의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앞선 임상의 데이터가 목표치를 전혀 충족하지 못해도 후속 임상 계획신청은 가능하다. 하지만 후속 임상승인을 위한 계획의 근거로 작용하는 만큼 승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에쓰씨엠생명과학 역시 목표 중인 임상 2b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제출 시 이번 임상 결과를 포함해야 한다. 계획 승인을 위해선 사측이 강조한 보조 지표 충족이 1차 지표 미충족을 뛰어 넘을 수준의 설득력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안영진 과장은 "1차 평가 지표 충족이 미흡할 때, 2차 지표를 고려할 수 있지만 1차 지표 미충족만으로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처럼 2차 지표의 유효성 만으로 그 임상이 성공했다고 할순 없다"며 "1차에서 미충족 된 부분이 유효성의 근거를 전혀 확인하지 못할 수준인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선 제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이번 결과와 향후 임상 계획의 연관성 등에 대한 전문가 자문, 심사부 검토 등을 마쳐야 한다. 그 결과가 이번 임상의 성패를 가늠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씨엠생명과학 측은 당초 목표한 데이터를 확보한 만큼 2b상 추진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례를 경험삼아 시장 우려를 불식시킬 다양한 평가 변수 고려에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 중인 진료의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임상 설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손 대표는 "아직 2b상 계획이 완벽히 수립되진 않았지만 연내 임상 프로토콜이 완료되면 규제기관과 협의해 내년 초 시험계획 제출 및 상반기 내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만큼 사실상 3상으로 볼 수 있는 2b상 이후 조건부 품목허가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