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국장 반대" 대규모 시위까지…日국민들 등 돌린 3가지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2.09.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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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여론조사서 '반대' 56%, '찬성' 38%…
반대 의견 과반 넘어서며 첫 역전, 여론 큰 변화…
세금 낭비·日정부 일방적 결정에 화난 국민들…
온라인서 반대 서명운동, 국회 앞 대규모 시위도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국장 개최를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이 3주 앞(9월 27일)으로 다가왔지만 일본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아베 국장'이 처음 결정됐을 당시엔 '찬성한다' 의견이 근소하게 많았지만 최근 여론 조사에선 '반대한다'는 답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2~4일 유권자 1075명을 대상으로 전국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결정한 데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반대)'는 응답이 56%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찬성)'의 38%를 크게 웃돌았다.



이 신문이 지난달 같은 내용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찬성 49%, 반대 46%로 근소한 차이로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여론 조사에서 국장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처음으로 뒤집었다. 또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방향이 크게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AP/뉴시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시신 운구 차량(오른쪽)이 12일 일본 도쿄의 조죠지에서 장례식을 마친 뒤 조문객들의 배웅을 받으며 사찰을 떠나고 있다. 2022.07.12.[도쿄=AP/뉴시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시신 운구 차량(오른쪽)이 12일 일본 도쿄의 조죠지에서 장례식을 마친 뒤 조문객들의 배웅을 받으며 사찰을 떠나고 있다. 2022.07.12.
일본 국민들이 최장수 총리인 아베의 국장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가장 큰 이유는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전 총리의 국장 비용으로 약 16억6000만엔(162억원)을 책정해 국회에 제시했다. 주요 용처는 △각지로부터 경찰관 파견 여비 및 초과 근무 수당 8억엔 △외국 조문객의 접대비와 차량 확보, 공항 수용체제 구축 비용 6억엔 △자위대 의장대가 사용하는 차량의 대여 비용 1000만엔 등이다. 이미 올해 정부 예산 예비비에서 지출을 결정한 금액도 2억4940만엔이다.



일본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국회 동의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국장을 결정한 것도 일본 국민들의 반대를 불렀다. 아베 전 총리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도 국장 반대 요인으로 꼽힌다. 자민당 유력 의원 상당수가 통일교와 결탁해 선거운동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이미 다른 여론 조사에선 국장 반대 의견이 과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20~21일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국장 반대 의견이 53%로 찬성 의견(30%)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 7월 1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 놓인 아베 전 총리의 영정 사진 /ⓒ로이터=뉴스1 지난 7월 12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 놓인 아베 전 총리의 영정 사진 /ⓒ로이터=뉴스1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도쿄대 우에노 치즈코 명예교수 등 유명 학자와 시민단체 등은 국장 반대 온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5일 현재 국장 중지를 요구하는 의견은 40만명을 넘어섰다. 전쟁 반대 시민단체가 지난달 31일 일본 국회 앞에서 진행한 국장 반대 시위에는 4000여명이 참석했다. 정치 활동에 소극적인 일본에선 보기 드문 규모의 시위라는 평가다.


아베 전 총리의 국장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기시다 내각의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아베 국장을 결정한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을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요미우리 설문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0%로 지난달(51%)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각 반대 의견은 41%로 지난달(34%)에 비해 급증했다. 기시다 내각 반대 의견이 40%를 넘어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건이 일어난 후 기자회견에서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뉴시스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사건이 일어난 후 기자회견에서 망연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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