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선정 인턴 디자인기자
기업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워킹대디 직원들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경직된 사내 문화와 미비한 육아 관련 제도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총수들까지 직접 참여해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재계는 육아 관련 제도 정비가 단순한 사내 복지 차원이 아닌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라면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기업 총수도 저출산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미흡한 육아 제도 개선에 직접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가석방 직후 삼성 SDS 잠실캠퍼스를 찾아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년 전인 2020년에도 수원사업장에서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던 이 부회장은 이날 육아 제도 혁신을 강조하며 일과 가정생활 양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SK하이닉스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월 1회 금요일에 자체 휴무를 부여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돌보기 위해 3개월의 휴직기관과 난임 관련 의료비·휴가 지원제도를 실시하는 등 휴식권을 확대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그룹 편입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가족 친화적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라고 공언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LG디스플레이는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저학년일수록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유연한 근무 형태가 육아에 큰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해당 제도에 대한 내부적 만족도가 매우 높다"라며 "육아 중인 직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공감대가 모아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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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기업들의 잇단 '가족 친화' 행보가 국내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출산율 감소로 침체된 국내 고용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내 문화가 기업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들은 저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일·가족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근로 문화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인구 감소는 인재 확보를 어렵게 하고 소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에게 불이익을 준다"라며 "기업 차원에서 육아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사내 복지 확대가 아니라 국내 경제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