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꼴찌 '충격'…이재용 "워킹맘이 애국자" 기업들이 나섰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2.09.07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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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윤선정 인턴 디자인기자/사진 = 윤선정 인턴 디자인기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입니다.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바꿔야 합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업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워킹대디 직원들을 위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경직된 사내 문화와 미비한 육아 관련 제도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총수들까지 직접 참여해 제도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재계는 육아 관련 제도 정비가 단순한 사내 복지 차원이 아닌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라면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각 기업들은 일제히 사내 육아 제도 손질에 나섰다. 육아 관련 제도의 이용률이 부족하고 기업 문화가 경직돼 있어 세계 꼴찌 수준의 합계출산율(0.81명)을 부추기고 있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육아휴직자 수는 11만 1000여명이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활용 근로자는 1만 7000명인데, 전체 근로자 수(1926만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숫자다.

기업 총수도 저출산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미흡한 육아 제도 개선에 직접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가석방 직후 삼성 SDS 잠실캠퍼스를 찾아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2년 전인 2020년에도 수원사업장에서 워킹맘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던 이 부회장은 이날 육아 제도 혁신을 강조하며 일과 가정생활 양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삼성은 육아제도 혁신을 누차 강조했던 이 부회장의 영향으로 가장 앞선 육아 병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모성보호 인력은 전면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임신 휴직과 난임 휴가제도를 지원한다. 육아 휴직도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육아기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등 일과 육아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앞장선다.

SK하이닉스는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월 1회 금요일에 자체 휴무를 부여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자녀를 돌보기 위해 3개월의 휴직기관과 난임 관련 의료비·휴가 지원제도를 실시하는 등 휴식권을 확대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SK그룹 편입 10주년 기념행사에서 "가족 친화적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겠다"라고 공언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

LG디스플레이는 자녀를 둔 직원들에게 근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저학년일수록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유연한 근무 형태가 육아에 큰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해당 제도에 대한 내부적 만족도가 매우 높다"라며 "육아 중인 직원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공감대가 모아졌다"라고 말했다.


재계는 기업들의 잇단 '가족 친화' 행보가 국내 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출산율 감소로 침체된 국내 고용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내 문화가 기업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들은 저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일·가족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근로 문화를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인구 감소는 인재 확보를 어렵게 하고 소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에게 불이익을 준다"라며 "기업 차원에서 육아 혜택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사내 복지 확대가 아니라 국내 경제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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