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올라탔던 개미 속앓이…48% 뛰었던 주가 63% 폭락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구경민 기자, 김사무엘 기자, 김지성 기자 2022.09.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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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株 폭락, 신기술? 신기루?]①

오큘러스 사용 예시/사진=오큘러스 홈페이지 캡쳐오큘러스 사용 예시/사진=오큘러스 홈페이지 캡쳐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11월 'KODEX K-메타버스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에 200만원을 투자했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만 붙어도 주가가 상승하던 때였다. 투자 초기 수익률은 20%가 넘었다. 하지만 현재 A씨의 수익률은 -32.97%다.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틸 수밖에 없는데 좀처럼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매크로(거시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메타버스에 올라탔던 개미들이 속앓이하고 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상태에서,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허상론'까지 나오고 있다.



동학개미도 서학개미도 메타버스에 울상
메타버스 올라탔던 개미 속앓이…48% 뛰었던 주가 63% 폭락
6일 펀드 평가 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위메이드 (47,000원 ▲1,000 +2.17%)의 주가는 올해 들어 68.07% 하락했다. 또 다른 메타버스 관련 주인 펄어비스 (30,050원 ▲750 +2.56%)도 60.16% 빠졌다. 덱스터 (6,990원 ▼100 -1.41%), 하이브 (210,000원 ▼2,500 -1.18%)는 각각 56.25%와 52.01% 하락했고, 위지윅스튜디오 (2,065원 0.00%)(-45.98%), 엔씨소프트 (170,500원 ▲100 +0.06%)(-41.29%), NAVER (180,100원 ▼800 -0.44%)(-37.65%), 카카오 (47,500원 ▼1,500 -3.06%)(-37.78%), LG이노텍 (187,200원 ▲2,700 +1.46%)(-7.14%) 등이 모두 하락했다.

해외 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로블록스는 그해 연말까지 48.43% 뛰었으나 올해 들어 63.22%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53.58%, 메타플랫폼스는 52.34%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도 각각 23.37%와 11.89% 미끄러졌다.



지난해 상장한 메타버스 ETF 8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4.26%다. 이 중 수익률이 가장 낮은 상품은 'KBSTAR iSelect메타버스 ETF'(수익률 -40.34%)이고,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KBSTAR 글로벌메타버스Moorgate ETF'(-23.56%)다.

메가 트렌드로 꼽혔던 메타버스가 무너진 것은 매크로 환경 탓이 크다. 메타버스가 급부상하던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당시에는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했지만 올해는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전례 없는 속도의 금리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아닌 실적 가시성이 높은 기업들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메타버스를 비롯한 성장주들이 고꾸라졌다.

메타버스 올라탔던 개미 속앓이…48% 뛰었던 주가 63% 폭락

빅테크, 메타버스 시장 진출 계속…애플 XR 출시 기대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들의 메타버스 사업 진출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데다, 신규 기술이 적용된 XR(확장 현실) 기기가 출시되는 등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IT(정보기술) 내구재 소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메타버스는 기업들의 새로운 피난처가 될 수 있다"며 "메타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빅테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애플, 메타, 구글의 XR 헤드셋 기기들이 다음 달부터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내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XR 기기다. 2020년 메타가 '오큘러스 퀘스트2'를 출시한 이후 메타버스의 성장성이 더 확실해진 만큼 애플의 XR도 변화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유의형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2팀 팀장은 "메타버스주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충성도가 높은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성장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10억명의 사용자를 가진 애플이 메타버스 시장에 뛰어들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는 메타버스주의 옥석을 가려야 할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닷컴버블 때처럼 거품이 걷히면 살아남아 성장하는 기업들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다.

차동호 KB자산운용 ETF솔루션운용본부 본부장은 "닷컴버블 당시 아마존의 주가는 90% 이상 하락했지만, 아마존의 매출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살아남았다"며 "메타버스 역시 주가는 하락하고 있지만 기저 펀더멘털 자체는 좋아지고 있다. 매크로 환경이 바뀌면 메타버스 기업들이 빠르게 반등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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