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중 높인 韓, '힘겨운' RE100 대신 '현실적' CF100 뜬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2.09.06 05:58
글자크기
원전 비중 높인 韓, '힘겨운' RE100 대신 '현실적' CF100 뜬다


정부가 2030년까지 전체 전력공급원 중 원전 비중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탄소중립' 전략에서도 원전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기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제시했던 비중보다 대폭 줄면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이 어려워졌다. 업계에선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과 수소연료전지까지 포함한 CF100(무탄소 전원 100% 사용)이 기업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탄소중립과 관련 원전과 연료전지 전력을 사용할 경우 무탄소전원으로 인증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RE100뿐만 아니라 CF100을 염두에 둔 인증서 발급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캠페인이다. 그러나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부담이 크고 현실성도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RE100을 포괄하는 CF100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CF100은 원전과 연료전지까지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사용하는 캠페인으로 구글과 UN에너지, UN 산하 지속가능에너지 기구(SE4ALL) 등이 함께 만들었다.

2018년 시작된 CF100은 2014년 발족된 RE100에 비해 인지도도 낮고 가입 기업도 적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CF100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2.2%는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을 고려해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에 찬성했다.



원전 비중 높인 韓, '힘겨운' RE100 대신 '현실적' CF100 뜬다
정부와 업계에서 CF100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만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최근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2030년 원전 비중은 32.8%,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비교하면 원전 비중을 8.9%p(포인트) 높이고, 신재생에너지를 8.7%p 낮춘 셈이다.

정부는 원전 10기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온실가스감축목표에 부합하면서 현실적이라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U(유럽연합)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고,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지속가능한 친환경 전원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상황도 힘을 보탰다.


업계에선 CF100에 대한 인증제도가 구체화되면 RE100보다 가입 수요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 RE100을 선언한 기업은 현재까지 22곳에 불과하다. 국내 전력소비량 상위 30개 기업의 최근 5개년 전력 사용량 평균은 10.3GWh(기가와트시)인 반면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GWh(기가와트시)에 그쳤다.

2017년 RE100을 달성한 구글도 2018년 CF100으로 전환하고 '24×7(24시간 7일 내내) 탄소배출 제로(Carbon Free)'를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삼았다. 구글은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를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구글은 원전을 고정적 무탄소 자원(firm carbon free sources)으로 구분하고, 원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정부도 무탄소 전원 사용을 인증해줘서 기업이 제품을 해외 수출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에너지공단 같은 정부 기관에서 CF100을 인증해주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