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온다더니…고금리에 8월 전세대출도 '잠잠'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2.09.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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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온다더니…고금리에 8월 전세대출도 '잠잠'


'8월 전세대출 폭증'은 없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2년이 지난 시점이라 전셋값이 치솟을 것이란 전제로 쓰인 시나리오엔 금리 변수가 적게 고려됐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은행에 이자를 납부하는 대신 차라리 월세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8월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33조9080억원으로 집계됐다. 7월말(133조4007억원)과 비교해 5073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내내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과 달리 전세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권은 8월부터 전세대출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셋값을 올리지 못한 집주인들이 값을 높게 부를 것으로 봤다. 자연스레 대출 규모도 커진다는 게 업계 계산이었다. 하지만 8월 증가세는 7월 수준에 불과했다. 7월 전세대출 잔액 증가분은 4946억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전세대출 수요 감소는 더욱 명확하다. 5대 은행 합산 기준으로 최근 3개월 동안의 전월 대비 전세대출 잔액 증가율은 △6월 0.33% △7월 0.37% △8월 0.38%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7%, 1.63%, 1.4%보다 낮다.

은행권 관계자는 "5대 은행 기준으로 전세대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4조원 정도 늘었다"며 "700조원이라는 전체 가계대출 규모에 비춰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만 나갔다고 보면 맞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금리상승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기준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올해 전세대출 금리는 치솟았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3.84~6.091%로 나타났다. 지난 7월부터 금리 상단이 5%대 후반~6%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세대출 금리 상단은 3%대 중후반이었고, 하단은 2%대 중반에 있었다. 1년 사이에 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약 1%포인트, 2%포인트 상승한 셈이다.

전세대출 금리가 뛰자 월세와 비교해 전세 매력이 크지 않았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연 환산 이율인 전월세 전환율은 통상 3.5~4% 정도다. 연 4%대 전세대출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게 이득이라는 의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율은 51.6%였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해 비중이 9.8%포인트 늘었다.

전세대출 상환 움직임도 가속화했다. 전세대출은 변동금리 상품으로 대부분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연동되는데 최근 코픽스가 크게 뛰었고 연말까지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한국은행도 이에 따라가겠다는 신호를 줬다"며 "대출 갚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했다.


은행권은 가을 이사철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를 추가로 낮추면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신한은행이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했고, 농협은행은 청년전월세대출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도 있고, 정부가 취약 계층 지원을 강조하고 있어서 금리 인하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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