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택시요금 오르는데 '힌남노'까지…고물가 악몽 또 덮치나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2.09.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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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2.09.05.[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2.09.05.


지난달 물가 오름세가 7개월 만에 꺾였지만 역대급으로 평가되는 슈퍼태풍 힌남노, 추석 등의 영향으로 먹거리를 중심으로 물가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석 이후 가스·전기 요금, 택시요금, 라면값 등의 인상도 물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 오름세가 조금이나마 완화된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며 장마에 이은 태풍 등 기상악화 영향 등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7%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오름세가 둔화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연간 물가상승률이 낮으면 0%대, 높아도 2%대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추 부총리 발언대로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경우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상승폭이 둔화(7월 4.5%→8월 4.4%)했지만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확대(3.9→4%)돼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가 오름세를 부채질할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북상 중인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의한 농수산물 작황 악화가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5일 오전 3시 기준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550㎞ 해상을 지났는데 이때 중심기압은 935hPa(헥토파스칼)이었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적이기 때문에 힌남노에 의한 피해가 과거 한국을 강태했던 사라(1959년, 최저 중심기압 951.5hPa)나 매미(2003년, 954hPa) 때보다 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도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평가된다. 추석에는 성수품 수요가 단기적으로 크게 늘기 때문에 물가가 평소보다 오르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은 농축수산물 가격의 경우 한 달 동안 총 3번(초·중·하)에 걸쳐 조사를 실시한다. 추석 연휴에 의한 물가 상승분은 8월 하순과 9월 초·중순 조사에 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천소라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태풍으로 농축수산물 작황 악화, 시설물·도로 피해에 따른 일부 품목의 생산·수급 차질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추석이나 태풍이 물가의 방향을 바꾸는 수준까진 아니겠지만 일시적 교란 요인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추석을 앞둔 5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09.05.[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추석을 앞둔 5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09.05.
추석 이후 가격 인상이 예정된 품목도 적지 않다. 우선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10월 전기요금 기준연료비를 kWh(킬로와트시) 당 4.9원 인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가스요금 정산단가는 7월 MJ(메가줄)당 1.9원에서 10월 2.3원으로 인상이 예정됐다. 농심은 오는 15일부터 라면 출고 가격을 평균 11.3%, 스낵 주요 제품의 가격을 5.7% 각각 올릴 예정이다.


내년에는 택시요금, 건강보험료도 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재 3800원에서 내년 4800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료 산정에 활용되는 건강보험료율을 1.49%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8월을 물가상승률의 '정점'이라고 평가하긴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태풍과 추석,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지난달을 정점으로 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물가 안정 대책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대안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천소라 연구위원은 "물가는 한두달 더 지켜봐야 추세적으로 꺾이는지 상승세가 남아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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