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로 징역형 받은 고위공무원, 법원 "퇴직수당 환수는 부당"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2.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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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공무원이 퇴직 후 뇌물을 받아 징역형이 확정됐더라도 퇴직수당을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3급 공무원 출신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퇴직수당 및 퇴직연금 환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3급 공무원인 지방부이사관으로 승진하며 명예퇴직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형사판결에 따르면, A씨는 공직에서 퇴직하기 전 B사 대표로부터 교량 공사의 특허공법 선정과 관급자재 납품 알선을 청탁해줄 시 급여 등 그 대가를 지급받겠다는 제안을 받고 승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퇴직 후 근무했던 지역 공무원들을 만나 B사의 관급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돕고 총 3억1382만여원의 뇌물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른 공무원들에게도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18년 알선수재와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가 공무원연금법상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지급한 퇴직수당과 퇴직연금 약 6738만원을 환수했다. 퇴직연금도 절반으로 제한했다.

이에 A씨는 범죄사실은 공직에서 퇴임한 이후인 2012년 7월 이후 일어났다며 퇴직수당과 연금을 환수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가 형사처벌 받은 범죄는 모두 A씨가 퇴직한 이후 성립된 범죄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퇴직하기 전에 영입 제안을 승낙했다는 기재가 있다고 하더라고, 그 사실만으로 구체적인 알선수재죄가 이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무원연금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A씨가 공무원 재직 중 알선수재죄를 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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