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 동력 잃은 증시, 더 이상 반등은 없다? "솟아날 구멍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9.04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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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증시전망]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시장이 상승 동력을 잃으면서 약 2달간 지속된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가 마무리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저평가 방어주나 경기와 상관없이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종목에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베어마켓 랠리, 이제는 끝?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양호한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스탠다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전일 대비 42.59포인트(1.07%) 하락한 3924.26에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일 대비 154.26포인트(1.31%) 떨어진 1만1630.86, 다우존스 지수는 337.98포인트(1.07%) 내린 3만1318.44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미국의 8월 고용 보고서에서 미국 내 일자리는 31만5000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52만6000명)보다는 줄었지만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치다. 공급관리자협회(ISM)의 8월 제조업고용지수도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54.2를 기록했다. 경기 전망을 가늠할 수 있는 ISM 제조업구매자지수 역시 52.8로 전망치를 상회했다.



양호한 지표에도 시장은 흥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7월 공장주문 지표의 부진과 러시아의 노드스티림 셧다운 소식 같은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 증시는 이날 장 초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 마감했다.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후 사실상 베어마켓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분석이다. 잭슨홀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경기가 나빠지면 연준이 다시 금리를 내릴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경기지표가 나쁘게 나올수록 주가는 올랐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다소 고통이 있더라도 긴축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나쁜 것은 좋은 것'(Bad is Good)이라는 행복회로는 통하지 않게 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7~8월 주식 시장 반등을 이끌어온 페드 피봇(Fed Pivot, 연준의 입장 전환) 기대는 잭슨홀 연설 이후 충족되기 어려워졌다"며 "주식 시장은 베어마켓 랠리 마무리 후 역실적 장세로 진입하는 초입 국면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관망세 짙어진 증시…"방어주, 구조적 성장주 주목"

7~8월 베어마켓 랠리에서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건 외국인이었다. 올 들어 줄곧 매도 행진을 이어왔던 외국인은 7월에 2조원, 8월에는 4조원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주요 매수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 (403,500원 ▼5,000 -1.22%)(1조478억원, 이하 순매수 규모), 현대차 (239,500원 ▲2,500 +1.05%)(7092억원), 삼성SDI (361,500원 ▼10,000 -2.69%)(6925억원), 삼성전자 (60,600원 ▼700 -1.14%)(6694억원), SK하이닉스 (174,100원 ▲5,000 +2.96%)(5082억원) 등이다.

지속적인 원화 약세로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지금이 저가 매수 구간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 급등에도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순매수 한다는 건 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이상 없고 원화가 저점이라고 판단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달러 강세, 원화 약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다.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7.7원 오른 13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4월1일(1379.5원)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강력한 긴축 기조와 유럽·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유로화, 위안화 약세는 강달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9월부터 본격화하는 미국의 양적긴축도 부담이다. 한국의 무역수지 악화와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 우려도 원화 약세를 부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 유의미한 저항선이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상승일변도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9월 추석 연휴를 비롯해 주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 증시는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직전인 8일은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인 '네 마녀의 날'이다. 지수 선물·옵션과 개별 주식 선물·옵션이 동시에 겹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는 ECB가 미 연준처럼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에서는 7일 연준의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이 공개되고 파월 의장이 연설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베이지북에서는 소비와 투자의 모멘텀이 이전보다 약해지고 인플레이션 부담이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지적할 것"이라며 "하지만 양호한 노동시장 흐름이 임금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는 만큼 연준의 매파적 시각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은 이번주 코스피 예상 범위를 2350~2450으로 제시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의 하방 압력이 높아짐에 따라 방어주에 대한 선호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며 "7~8월 반등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필수소비재와 헬스케어(의료기기·서비스) 등이 상대적인 매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경기와 무관한 구조적 성장주, 정책 수혜주, 경기 방어주 중심의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권고한다"며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자동화·AI(인공지능), 엔터테인먼트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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