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산업에 힘 싣는 SKC, 주가반등은 언제?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9.0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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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

성장산업에 힘 싣는 SKC, 주가반등은 언제?


주식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하려면 흐름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일시적인 이슈로 보였던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연결되면서 위험자산 시장을 초토화시키는 상황이 가속화하고 있다. 흐름을 미리 체감하고 리스크 관리에 나선 투자자들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많다. 누구나 알고 있었던 흐름이지만 어떻게 반응했느냐에 따라 180도 다른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시장의 흐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도 수익률을 가르는 요인 중 하나다. 기업의 현재도 중요하지만 이 보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어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결과는 두고 볼 일이지만 미래의 기업가치가 선반영 되는 것이 현재 주식시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주목할 기업 중 하나가 SKC (108,400원 ▼4,700 -4.16%)다.



기업의 모태사업까지 정리하며 신성장 동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주가흐름은 좋지 못하지만 회사의 미래를 보는 관점에 따라 대응전략이 크게 달라진다. 일단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매수의견을 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판단이 늘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보는 시각이 어떤지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73년 선경석유로 출발한 화학기업
성장산업에 힘 싣는 SKC, 주가반등은 언제?
SKC는 1973년 선경석유로 출발해 1976년 선경화학을 거쳐 1987년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꿨다. 증시에는 1997년 상장했다. 폴리우레탄의 원료인 PO(프로필렌 옥사이드)를 중심으로 한 화학사업과 광학용 PET 필름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화학사업부문은 폴리우레탄(PU) 산업의 기초원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 프로필렌글리콜(PG) 등이 주요 제품이다. PO는 PPG(Polypropylene Glycol, Polyol)에 약 60% 가량이 소비되고 다음으로 PG가 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PGE(Propylene Glycol Ether), 계면활성제, 난연재 등의 제조에 사용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으로부터 원료(프로필렌)를 공급받아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그룹 내 시너지를 키웠다.

PO는 수입에 의존해오던 품목인데 1991년 SKC가 국내 최초로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내수 생산기반이 확보됐다. PO로 만들어지는 폴리우레탄은 건축 및 가전 단열재, 자동차 시트 및 사무용 의자, 바닥코팅 및 산업용 접착제와 신발창, 의류, 레저용품 탄성체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돼 왔다. PET 필름은 포장용, 디스플레이 산업에 널리 쓰이는데 카세트나 비디오 테이프에 쓰이는 필름도 SKC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았다. PET 사업부문에서는 에코라벨,PLA, PBAT, PBAT 등 친환경 제품도 개발해왔다.

규모는 폭발적인 성장은 어려운 사업구조였는데 2019년 큰 변화가 생겨났다. 2차전지 주요소재 중 하나인 동박사업 진출을 결정한 것이다. SKC는 화학 사업부를 분사해 지분 49%를 쿠웨이트 PIC에 매각했으며 SKC코오롱PI 지분과 SK바이오랜드 매각으로 각각 3000억원, 1200억원을 확보했다. 이런 저런 자금을 투입해 1조20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동박사업 업체인 KCFT(현 SK 넥실리스)다.


KCFT는 전기차에 필요한 리튬이온전지용 동박을 생산하는 업체다.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에서 출발했는데 LS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 주인이 바뀌었다. 당시 동박시장 점유율은 15%로 세계 1위였다. KKR은 KCFT 지분을 포스코에 넘길 예정이었으나 협상이 무산됐고 결국 SKC에 지분 100%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KCFT를 인수해 동박사업 메이저 업체로 자리잡은 SKC는 2020년 5월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시트사업을 중단했으며 같은 해 12월 SKC솔믹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해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을 확대했다. 영위하던 화학사업부는 고부가 및 안정적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는 PO, PG, PPG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며 이익을 극대화했다.

동박사업은 SKC의 성장성에 대한 시장 인식을 바꾸는데 큰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성장이 담보돼 있는 2차전지 사업에 가담할 수 있게 됐다. 동박은 음극재를 감싸는 구리로 만들어진 얇은 박이다. 음극재 부분에 사용되는 기재 필름(base film)이자 집전체(collector) 역할을 한다. 음극재에 전류를 흐르게 해 2차전지의 충전과 방전을 가능하게 하는 필수소재다. 전기차용 2차전지 시장이 커짐에 따라 동박의 수요량도 동시에 증가한다. 2차전지 생산비용에서 동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2022년 2월 기준) 가량이다. 2차전지에서 차지하는 무게는 15% 정도다.

동박사업으로 2차전지소재 신흥강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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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동박이 최대한 얇고 가볍게 제작돼야 에너지 밀도를 높인 2차전지의 경량화가 가능하다"며 "이런 높은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2차전지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만큼 무척 중요한 소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전기차 배터리는 6㎛ 제품 수요가 증가했는데 최대 주행 거리가 증가하면서 프리미엄 동박 공급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며 "SK넥실리스(옛 KCFT)는 국내 최고 수준의 동박 생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넥실리스의 국내 경쟁사로는 일진머티리얼즈, 솔루스첨단소재 등이 있는데 규모면에서는 SK넥실리스가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L넥실리스가 2025년 글로벌 2차전지 동박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SK넥실리스의 동박 판매량은 2021년 3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50% 증가했고 올해와 내년에는 각각 36%, 15%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증설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2024년과 2025년 동박 출하량은 각각 8만4000톤, 15만9000톤으로 예상된다.

동박사업은 최근 원자재 가격상승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SK넥실리스는 동박두께를 얇게 생산하는 기술에 특화돼 있다. 이렇게 되면 배터리당 들어가는 동박 무게가 줄거나, 더 많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넣을 수 있어 에너지 밀도가 높아진다. 고품질, 고난이도의 제품을 공급하는 탑티어 동박 업체들은 고객사로부터 받는 가공마진이 비싸 단위 무게당 단가가 상승한다.

SK넥실리스의 주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다. 삼성SDI와 파나소닉에도 동박을 공급하는데, 물량은 많지 않지만 국내 2차전지 3사 모두와 테슬라향 전지 업체(파나소닉)에게 선택받은 탑티어 동박 업체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주요 고객사는 CATL인데 SK넥실리스는 지난해 기준으로 LG에너지솔루션 내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추정되며, 증설을 통해 2025년에는 글로벌 OEM향 탑티어 동박 업체 내에서 2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는 2023년부터 노스볼트(Northvolt), ACC, 폭스바겐 등 유럽과 CATL 독일공장 등에 본격적으로 동박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SK넥실리스의 동박 매출액은 2021년 6633억원에서 올해 39% 증가한 9219억원으로 추산된다. 내년에는 1조원을 넘어서고 2024년에는 1조7000억원, 2025년에는 3조4000억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15% 내외의 영업이익률만 유지돼도 엄청난 이익이 나온다는 평가다.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음극재 사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SKC는 영국 실리콘 음극재 개발업체 넥시온(Nexeon)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

주가 되면서 음극재의 주요 구성요소인 음극활물질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음극재는 동박사업과 함께 SKC 성장의 또 다른 날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시각이다. 올해 하반기 생산투자가 진행되고 내년 하반기부터 상업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SKC가 준비하는 음극재는 2차전지의 최대 에너지 저장용량과 충전 속도, 수명 등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다. 음극활물질에는 흑연을 사용해왔는데 최근에는 흑연보다 성능이 좋은 소재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소재가 실리콘인데 넥시온은 실리콘-탄소 복합소재 기술을 사용해 저함량 실리콘 음극재를 우선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재 계획이 예정대로 성공한다면 SKC의 실리콘 음극재 매출액은 2024년 220억원, 2025년 976억원으로 급증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음극재, 반도체 소재 등 성장산업도 주목. 주력이었던 필름부문도 매각하며 올인

SKC의 반도체 소재부품 사업도 주목할 부분 중 하나다. 아이템은 △세라믹 부품(실리콘, 알루미나, 쿼츠, 실리콘카바이드 등) △전자재료(CMP 패드, Wet 케미칼) △기타(SK텔레시스의 전자재료 사업) 등으로 이뤄져 있다. 부문 내 매출비중은 세라믹 부품 41%, 전자재료 15%, 기타 44%다. 이 중 이익이 나는 제품은 세라믹부품과 CMP 패드로 이익률이 나쁘지 않다.

SKC의 사업구조 재편도 주목할 대목이다. SKC는 지난 6월 회사의 주력사업 중 하나였던 필름사업을 분할해 매각하기로 하고 한앤컴퍼니와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필름사업에서는 689억원의 영업이익이 나오는 등 성적도 좋았지만 2차전지 등 미래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정리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를 통해 확보되는 1조6000억원 가량의 자금은 든든한 실탄이다. 9월 임시주주총회, 11월 물적분할 이후 기업결합 신고, 사업 인허가·계약종료 등의 일정으로 매각을 진행한다.

여기에 SKC솔믹스-SK텔레시스 합병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런 작업들이 마무리되면 SKC의 성장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배터리 소재 부문(SK넥실리스)과 반도체 소재 부문(SKC솔믹스), 음극재(넥시온) 등으로 완성된다.

증권가에서는 SKC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저 16만원에서 최고 23만7000원까지 목표주가가 제시돼 있는데, 현재 주가(11만5000원)를 보면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 어떤지 가늠할 수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3~4분기에 확인할 신사업 가치까지 감안하면 주가에 반영되지 않은 모멘텀이 부각될 가능성 높다"며 "업종 내 톱픽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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