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백신 제조' 무시했는데…中 신약기술 韓보다 1년 앞섰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09.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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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백신 제조' 무시했는데…中 신약기술 韓보다 1년 앞섰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진 중국의 신약개발 기술력이 오히려 한국보다 1년 앞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헬스케어 산업 규모가 세계 2위일 만큼 거대한데다,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임상시험 승인이나 신약 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등 규제를 완화해 한국을 추월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토대로 중국의 '신약굴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내놓은 '주요국 신약 개발 현황 비교 및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 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계열 내 최초 신약' 수는 미국이 66개로 가장 많고, 이어 유럽 25개, 일본 6개, 중국(홍콩·대만 포함) 2개 등이었다.

반면 한국은 FDA 허가를 받은 계열 내 최초 신약이 없었다.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승인 받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의 경우 혁신 신약에는 포함되지만, 계열 내 최초신약은 아니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한국은 1개도 없는 계열 내 최초 신약을 중국은 지난 5년간 2개 허가받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그동안 중국 신약 개발능력은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조사한 '맞춤형 신약개발 기술 수준' 자료를 토대 한국의 신약 개발 기술력을 주요국과 비교한 지표도 제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신약 개발 수준은 중국보다 1년 뒤쳐진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보다는 약 6년 뒤쳐졌으며 유럽, 일본과는 각각 4년, 3년의 격차가 있었다.

우선 거대한 자국 시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했기에 중국 신약 기술이 빠른 속도로 도약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헬스케어 산업은 현재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성장세는 11%에 달했다.
중국 시장의 성장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국민 개인당 보건 지출 비용의 비율이 여전히 상당히 낮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중국 국민들의 보건 지출비용은 GDP의 6.6%에 불과한데, 미국이 17.8%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따쉐컨설팅에 따르면, 중국 의약품 시장은 2023년 전 세계 시장의 30%에 달하는 약 161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시장 성장세에 규제 완화가 맞물려 신약 기술력이 한국을 넘어섰다. 특히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임상시험 승인이나 신약 허가 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추세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 등을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 다국적 제약기업의 자국 진출을 유도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이와 관련, 다국적제약사와 합작사를 설립한 회사의 중국 측 지분이 51% 이상일 경우엔 자국의 의료데이터를 전면 개방,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 입장에선 10억명 이상 인구로부터 데이터를 원활하게 수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크다.

한국이 앞섰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도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한다. CDMO 전문 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지난해 글로벌 의약품 아웃소싱 시장 점유율은 세계 1위인 스위스 론자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2018년만 해도 론자와 독일 베링거잉겔하임, 한국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4위였지만 3년 만에 2위로 치솟은 것.

이 같은 중국의 도약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전 국민이 가입한 국민건강보험의 수준높은 의료 데이터를 AI,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해 신약 개발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본부장은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을 갖추고 동시에 제약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융합형 전문인력 확보가 중요하다"며 "빅데이터, 의료 융합형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맞춤형 정책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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