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 회원 '오늘회' 전직원 권고사직…"생존위기 플랫폼 또 있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2.09.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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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몸집을 불려온 플랫폼 스타트업 위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

수산물 당일 배송 서비스 '오늘회'를 운영하는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오늘식탁이 자금난에 빠졌다는 소식에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에 자금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들이 상당하다"며 "오늘식탁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협력사 대금 지급 중단에 전직원 권고사직
75만 회원 '오늘회' 전직원 권고사직…"생존위기 플랫폼 또 있다"
2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늘식탁은 지난 1일 주주 간담회를 열고 현재 오늘식탁이 직면한 자금난에 관해 설명했다. 2016년 12월 설립된 오늘식탁은 누적 회원 수 75만명을 넘어서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일부 협력업체 대급 지급이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6월부터는 협력사 대금 지급이 아예 중단됐다. 약 300개 업체가 평균 13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총 40억원 규모다. 지난 7월 기존 주주인 하나벤처스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 확보했지만, 현 자금난을 타파하기엔 역부족이다. 추가 투자유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식탁은 전 직원 대상 권고사직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수산물 당일 배송서비스도 중단했다. 현재 오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대부분의 상품은 '일시품절'로 주문이 불가능한 상태다.



오늘식탁에 투자한 한 VC 관계자는 "지난해 초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으며 마케팅에 과도한 비용을 쏟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실적을 내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데 최근 투자 위축이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마케팅 출혈 경쟁에 실적 없는 플랫폼 난항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 풀필먼트 센터 /사진=뉴스1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부릉 풀필먼트 센터 /사진=뉴스1
오늘식탁 외에도 투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위기에 직면한 플랫폼 스타트업은 여럿 있다. 메쉬코리아, 왓챠가 대표적이다. 배달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지난 4월부터 국내외 여러 VC와 접촉해 투자 유치를 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진그룹, NVC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 다양한 투자사들이 메쉬코리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만 나온다. 메쉬코리아는 올해 2월 OK캐피탈에 창업자·사내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한 360억원의 최종 만기일(11월)이 돌아오는 만큼 투자유치가 시급하다.


그러나 비용 부담이 높은 사업 구조가 발목을 잡는다. 특히 비용 대비 수익이 낮은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이 문제다. 메쉬코리아는 결국 지난해 론칭한 당일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고, 수도권 권역에서 진행하던 새벽배송 물량을 서울권으로만 축소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국내외 OTT들과의 출혈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결국 올해 상반기 진행했던 10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도 포기했다.

현재는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 1500억~2000억원 사이로 알려졌다. 웨이브, 리디, 쿠팡플레이, 티빙 등 잠재적 매수자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한 달 넘게 뚜렷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경색 장기화 우려
이런 흐름은 한동안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VC 대표는 "최근 출자자(LP)들이 주머니를 닫으면서 운용사(GP)들도 투자에 보다 신중해졌다"며 "상장을 추진 중인 컬리 사례만 보더라도 플랫폼 기업의 수익 실현이 얼마나 쉽지 않은 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컬리는 지난달 22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유통업계는 컬리의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해 회의적이다. 컬리는 상장을 앞두고 최근 3년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액을 4290억원에서 1조5614억원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같은 기간 영업적자 역시 986억원에서 2177억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14년 설립 이후 계속 적자다.

이런 우려는 컬리의 기업가치 추이만 봐도 알 수 있다. 컬리는 지난해 말 프리 IPO에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 따르면 최근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8000억~2조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 22일 상장한 쏘카의 부진도 우려를 키운다. 쏘카는 상장 전 1조3000억원 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결국 기업가치를 9666억원 낮춰 상장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맥을 못추면서 최근엔 기업가치가 75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벤처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정부가 내년 모태펀드 예산마저 대폭 삭감해 플랫폼 스타트업의 돈맥경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3년 모태펀드 예산을 올해보다 40% 가까이 줄어든 3135억원으로 편성됐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과 비교하면 3분의 1로 급감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마케팅으로 몸집 불리지 않으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자본시장에 유동성이 넘쳤다"며 "그러나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플랫폼 스타트업 역시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고, 생존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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