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 배달앱..아마존효과 변천사[광화문]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22.09.02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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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달 휴가, 방학, 주말이 이어질 때 몇 번이나 배달음식을 먹었는지 세어 본적 있나요?'

꼽아보지 못할 정도로 많았다면 한번 곱씹어볼 때도 됐다. 이른바 아마존 효과의 변천사(史) 말이다. 본래 거대 규모의 다국적 인터넷상거래기업 아마존(Amazon)에서 비롯된 '아마존 효과'는 유통 기업 아마존이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서 경쟁사들을 잠식해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포브스, 2018년2월)이었다. 거대한 구매력을 기반으로 제조업체들로부터 낮은 단가로 제품을 납품받아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물가를 떨어뜨린다는 것도 부수적인 효과였다. 식욕이라는 본능에 호소하고 골목식당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등을 바탕으로 배달앱도 아마존 효과를 등에 업은 것은 물론이다.

꿈쩍않을 것 같던 물가가 꿈틀거리며 경제상황은 조금씩 변해갔다. 리먼사태로 상징되는 금융위기 이후 코로나19(COVID-19)라는 팬데믹 사태까지 겹쳐지며 각국 정부는 부양책으로 또다시 재정을 쏟아부었다. 1970년대의 오일쇼크 이래 40 ~ 50년만에 경험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이 온 것은 어쩌면 필연적 귀결이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9.1%(7월도 8.5%)까지 치솟았다. 올해 3월에 4.1%로 4%대를 넘어선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비)은 5월 5.4%, 6월 6.0%로 올라선 후 7월에 6.3%에 달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물가 정점은 7월이라고 했지만 8월 집중호우 등이 겹치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를 떨어뜨린다는 아마존 효과는 반대방향으로 작용했다. 사업초기 요금인상을 자제해온 플랫폼과 배달앱이 이미 확보한 소비자를 기반으로 수수료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른바 '역(逆)아마존 효과'다.

배달업 천국이라는 국내에서도 소비자와 식당을 연결해준다는 명목으로 회색지대에 놓여있는 음식배달중개업체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올해 초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배달비 등을 크게 올렸다. 이전에는 배달 1건당 수수료 1000원에 배달비 5000원 정도를 받다가 3월부터 배달비를 최고 6000원, 수수료는 최고 27%로 인상한 것이 대표적이다.



배달비 인상에 따라 음식값이 오른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항의하면 배달앱과 식당은 서로 네탓을 한다. 식당은 음식재료가 올라 감당하기 힘든데 수수료가 큰 부담이라며 음식값 인상 밖에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고 하고 배달앱은 고객들에게 나은 서비스를 위해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기름값 상승과 궂은 날씨로 어려움을 겪는 배달업 종사자들도 사이에 끼어 전전긍긍이다.

수수료 인상을 두고볼 수만은 없는 공공부문이 우선 나섰다. 효과와 적절성 논란이 따르지만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를 시작으로 몇몇 지자체들은 6.8∼12.5%의 민간 배달 앱보다 저렴한 중개 수수료(1∼2%대)를 내세웠다. 신한은행이 출시한 '땡겨요'는 점주들에게 카드 매출 대금을 빠르면 당일 정산해주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눈총을 받다보니 배달앱 업체들도 슬쩍 고개를 숙인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포장 주문 시 중개 수수료를 면제해준다는게 대표적이다. 물론 연말까지라는 단서가 붙긴 했다.

시장경제의 원조 미국에서조차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시당국이 음식 배달 앱의 수수료 상한선(최고 15%)을 정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벌써 지난해 일이다. 배달앱은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때때로 난폭함을 드러내는 독과점 업체기도 하다. 음식포장을 뜯으면서 느껴지는 군침에 앞서 더 얇아지는 지갑과 숫자를 더해가는 결제 알림문자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배달비 부담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게 점주가 직접 배달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방문 포장해 가는 소극적인 저항이 통할수 있을까. 기습폭우에, 물류대란에, 고유가에 위협받는 밥상물가에 더해 밥상으로 옮겨지는 비용까지 걱정하게 됐다.
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배성민 경제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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