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왜 이래" 뿔난 유저들 뛰쳐나왔다…잇단 마차·트럭 시위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2.09.01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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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무스메 유저, 마차 이어 트럭 시위 나서
적극 행동 통한 게이머 영향력↑…지난해 학습효과 이어져
페그오·마비노기 등 유저 평가 긍정 전환
-"게임사, 주변 변화·유저 동향 민감하게 반응해야"

31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게임즈 사옥 앞에 세워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게임 유저들의 항의 트럭/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유저시위 총대진 제공31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게임즈 사옥 앞에 세워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게임 유저들의 항의 트럭/사진=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유저시위 총대진 제공


카카오게임즈가 운영하는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용자들은 3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게임즈 사옥 앞에서 게임 운영 문제를 항의하는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29일 살아있는 말이 끄는 '마차 시위'의 연장선이다. 이 마차 시위는 게임 소재인 '경마'에 착안한 것이다.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이 연이은 시위에 나선 것은 늦은 이벤트 공지, 한국과 일본 서버 간 보상 지급 차이, 부족한 소통 등 카카오게임즈의 미숙한 운영에대한 불만에서다. 지난 6월 말 출시 이후 앱마켓 매출 1위를 달리며 흥행 가도를 달리던 우마무스메는 이런 운영 문제를 겪으며 평점이 1.1점까지 떨어졌다.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에 이용자 간담회를 요청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도 유저들의 항의 트럭시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 이용자들은 회사가 유명 유튜버들에게 '리니지W'를 광고를 명목으로 프로모션 부정행위를 했다며 트럭 시위를 진행 중이다.



트럭 받았던 페그오·메이플, 소통 강화로 유저 신뢰 되찾아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놓고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서 열린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고객간담회 ./사진=유튜브 중계 갈무리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놓고 지난해 4월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서 열린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고객간담회 ./사진=유튜브 중계 갈무리
이처럼 최근 게이머들이 소비자로서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게이머가 느끼는 불합리한 운영 등에 대해 게임을 그만두거나 단순히 항의하는 수준이 아닌, 적극적인 소통과 협의를 요구하며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다.

게이머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건 지난해 초 발생한 '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페그오)' 트럭 시위가 시작이다. 페그오도 우마무스메처럼 일본에서 개발돼 한국과 미국 등 글로벌에서 운영 중인 게임이다. 당시 게이머들은 우마무스메와 같이 일본·미국 서비스와의 차이와 넷마블의 소통 방식 등을 지적했다. 넷마블의 대표적인 캐시카우였던 페그오 유저의 반발과 이탈에 넷마블은 상당한 타격을 받았고, 이는 이용자와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넷마블은 장기간에 걸쳐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현재 페그오 운영은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그오 이후로도 게임사를 향한 시위는 이어졌다. 넥슨은 지난해 '메이플스토리'가 확률형 아이템 조작 논란에 휩싸이며 유저들의 트럭을 받았고,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 연', '클로저스' 등도 운영 문제로 많은 이용자의 비판을 받았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와 마비노기 유저들과 장시간 간담회를 진행하며 사태 진단에 나섰고, 소통을 강화하며 최근 인기를 회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유저 시위는 게임업계에 경종…"변화 감지·학습해야"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그라비티 본사 앞에서 게임 '라그나로크 오리진' 유저들이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유저들은 게임 유통사 그라비티가 버그 해결과 유저 소통 노력이 미흡하다며 게임 내 이슈들에 대해 상세하게 밝힐 것을 촉구 했다. /사진=뉴스1  지난해 2월 서울 마포구 그라비티 본사 앞에서 게임 '라그나로크 오리진' 유저들이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유저들은 게임 유통사 그라비티가 버그 해결과 유저 소통 노력이 미흡하다며 게임 내 이슈들에 대해 상세하게 밝힐 것을 촉구 했다. /사진=뉴스1
이렇듯 게이머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며 요구가 일부 관철되자 업계도 유저들의 목소리에 한층 더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인다. 게이머들도 지난해 트럭 시위의 성공을 통해 자신들의 영향력을 깨닫게 됐고, 게임 산업 전체가 사용자 친화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이런 현상이 "게이머의 지위가 고객 단계를 넘어 프로슈머(생산자와 소비자의 합성어, 제품 개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소비자)단계로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직접 항의를 받은 게임사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한국게임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지난해 3N(엔씨소프트·넥슨·넷마블)으로 유저들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유탄을 피했던 카카오게임즈가 유저 시위의 교훈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문제"라며 "이는 나머지 게임사에 주변의 변화나 유저들의 동향, 문제 제기와 대응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 같은 문제를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 교수는 이어 리니지2M 시위의 경우 지난해와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게이머 트럭 시위에서 깨달은 바가 없는 것은 아니란 지적이다. 위 교수는 "리니지W를 활용한 리니지2M 프로모션이 뒷광고, 즉 부정행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지난해 리니지M '문양 사태'와 같은 확률형 아이템 이슈가 재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이용자 시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여론을 이용해 게임 운영과 정책 결정에 지나친 간섭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태 교수는 "(우마무스메 시위에서) 운영팀을 전부 다 사퇴시키라고 하는 과도한 주장이 있다"며 "이는 게임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족을 표출하는 것일 뿐인가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넥슨이나 엔씨를 향한 시위와 달리 정치적인 고려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시위가 늘면 군소 게임사의 경우 버티기 힘들어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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