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입지선정위원회는 전문 용역기관을 통해 서울 전역(6만여곳)을 조사하고, 최소부지면적(1만5000㎡)을 충족하는 36곳을 선정했다. 이후 36개 후보지를 5곳으로 압축한 뒤 입지·사회·환경·기술·경제 등 5개 분야 28개 항목에 대한 정량평가를 거쳐 현재 마포 자원회수시설이 위치한 상암동 부지를 최적 입지 후보지(94.9점)로 결정했다.
오는 2027년 새 자원회수시설이 가동되면 기존 소각장이 철거되는 2035년까지 약 9년간 두 시설은 동시 운영된다. 현재 마포 자원회수시설은 종로와 중구, 용산, 서대문, 마포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하루 최대 750t 규모로 처리하고 있다.
5번째 서울시 자원회수시설 입지 후보지 항공사진./사진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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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자원회수시설 인근 주민들을 위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수영장·놀이공간 등 주민편익시설을 만들고 연간 약 1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주민복리증진과 지역발전에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주변 하늘·노을·난지천 공원 및 수변 공간과 어울리는 명소를 만들어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도록 할 방침이다. 실제로 해외엔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로 개발한 사례가 있다. 소각시설에 스키장·암벽장을 설치한 덴마크 아마게르 바케 소각장이나, 160m 굴뚝 상부에 전망대와 회전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대만 베이터우 소각장이 대표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은 지하화하고 최신의 고도 환경청정기술과 설비를 도입해 주민들이 더 바라는 형태로 바뀌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1000만 서울시민이 하루에 내놓는 폐기물량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넘어선 상태로 후보지 주민들이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도심지 신규 광역 자원회수시설 건립 예시 /사진제공=서울시
하지만 해당 자치구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마포구는 이날 시의 자원회수시설 부지 선정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전면 철회를 강력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2005년부터 자원회수시설 운영해오며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시가 근본적인 폐기물 처리 대책 없이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을 조성하는 것은 구민들에게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동시에 지역 형평성에도 크게 위배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천구도 마찬가지다. 양천구는 "현대화를 통한 추가 소각을 반대한다"며 자원회수시설 이전을 주장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도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자원회수시설 이전을 공약한 바 있다.
시는 양천·노원구에 있는 노후화된 자원회수시설에 대해 현대화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양천구 목동 자원회수시설은 1996년 지어져 서울에서 가장 노후화된 시설(하루 처리용량 400t)이다. 노원구 상계동 자원회수시설(하루 처리용량 800t)은 1997년, 강남구 일원동(하루 처리용량 900t)도 2001년 각각 건립돼 마포구보다 더 노후화됐다는 평가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법(폐촉법)에 따르면 기존 시설의 30% 이내 규모로 시설을 늘릴 경우 별도 입지선정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기존 3곳 자원회수시설의 현대화 관련 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양천과 노원 자원회수시설은 마포구와 같은 방식의 현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기존 자원회수시설의 현대화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다만 그것도 연구를 해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