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펀드가 급반등한 이유는 유럽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의 예탁증서(DR·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증서)를 러시아 본토의 원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재평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러시아 루블화가 강세를 이어가자 러시아 원주 가격이 DR보다 높은 '가격 괴리'가 발생하면서 펀드 평가 가치가 갑자기 뛰게 된 것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 DR이 원래 펀드 내 평가 가치로는 850만원 정도였는데 원주로 바뀌자 순식간에 23억원으로 270배가 뛰었다"면서 "평가가치가 300배 넘는 기업들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는 외국인의 원주 거래가 막혀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러시아 펀드도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는 외국인 자금 동결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해외 운용사가 현지에서 주식을 매매할 수 없게 됐다"며 "숫자 상으로 자산의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지 실제 투자자들이 가질 수 없는 무의미한 수익률"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KB·신한·키움·한화자산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은 지난 2~3월 러시아 관련 펀드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이들 운용사들은 전쟁이 마무리 돼 원주 거래가 가능해질까지 환매를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통상 만기가 있거나 폐쇄형인 펀드의 환매 연기 중단 여부는 수익자총회를 통해 결정되는데 러시아 펀드의 경우 상황이 이례적인 만큼 총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서 환매 가능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러시아 자산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펀드 신규 설정이 중단된 펀드도 생겨났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9일 'KB이머징유럽증권' 펀드 신규 설정 및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 그동안에는 러시아를 포함한 여러 신흥국 자산에 분산 투자해 러시아 펀드들과 달리 환매가 가능했지만, 러시아 자산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러시아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진 탓이다.
러시아 ETF 투자자들의 경우도 속이 타들어가는 건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운용 중인 'KINDEX 러시아 ETF'는 내년말까지 상장을 유지키로 했지만 현재 거래 정지 상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러시아 ETF의 스왑 거래상대방이 헤지 자산으로 보유한 'iShares MSCI Russia ETF'(ERUS) 청산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는 러시아 ETF의 상장폐지·해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다만 "ERUS 운용사 블랙록도 러시아 자산 매각 가능 금액이나 시기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ETF도 얼마만큼의 청산 분배금을 언제 수령 가능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