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된 알약, 이스트시큐리티 상장에도 '적신호'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08.3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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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파일을 랜섬웨어(Ransomware)로 오인해 대규모 컴퓨터 먹통 사태를 초래했던 백신 소프트웨어 '알약'의 여파가 일단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원인을 파악해 오류를 수정하는 등 기술적 조치는 완료됐고 피해자들에 대한 복구용 툴(Tool) 배포와 홈페이지를 통한 안내문 발송도 마무리됐다. 문제는 이번 건으로 소비자 신뢰가 대폭 훼손됐다는 점이다. 2024년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앞둔 이스트시큐리티의 행보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이스트시큐리티는 31일 홈페이지 사과문 공지를 통해 "30일 오전 11시30분경 랜섬웨어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사 알약 공개용 제품의 랜섬웨어 탐지기능을 강화했으나 해당 프로그램의 업데이트 과정 중 일부 PC에서 랜섬웨어 탐지 오류로 화면 멈춤 현상이 발생했다"며 "30일 오후 11시30분경 오류 조치 완료 후 현재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했다.



또 "다양한 사용자 PC 환경에 따라 혹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으면 당사 고객지원센터를 통해 접수해주시면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9월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당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안내할 것"이라고 했다.

알약 해당 제품의 오류가 확인된지 12시간만에 기술적 조치는 끝났음에도 여파는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오류가 유료 기업용 제품이 아닌 무료 배포용 제품에서만 발생했다는 점이 불거지며 일각에서는 "유료용 가입을 늘리려 한 게 아니냐"는 비꼬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스트시큐리티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이스트시큐리티 홈페이지에 게재된 사과문
지금으로부터 무려 14년전, 2008년 12월에 알약 업데이트 파일을 알약 백신 프로그램이 스파이웨어로 인식해 이를 삭제해버린 소위 '알약 자살사건'까지 불거지며 여파가 커지기도 했다. 일부 기업과 학교 등에서는 기존 설치된 알약을 강제로 삭제하고 다른 백신 제품을 사용하라는 공지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이스트시큐리티 상장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스트시큐리티는 모회사 이스트소프트 (28,050원 ▲500 +1.81%)의 보안사업 조직이 물적분할해 2017년 1월 신설된 회사다.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자산총계 162억원에 부채총계 121억원, 자본총계 41억원 규모의 이스트시큐리티는 지난해 한 해 179억원의 영업수익(매출)에 5억3000만원의 영업이익, 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올 5월 이스트시큐리티는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4년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목표로 하던 중이었다. 2018년에는 NHN을 대상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해 전략적 투자도 유치한 바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백신 오류 사태로 알약 제품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된 만큼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받는 데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개인용 백신 알약 사용자 수는 1600만명에 이르는 만큼 이번 오류로 곤혹을 치른 이들도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이스트시큐리티도 신뢰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태스크포스팀이 꾸려져 오류를 겪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9월내 이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 9월 중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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