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친오빠 무시하는 6살 동생…오은영 "훈육할 부분 아냐" 왜?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2022.08.31 08:02
글자크기
/사진=KBS2 '오케이? 오케이!' 방송 화면 캡처/사진=KBS2 '오케이? 오케이!' 방송 화면 캡처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오빠를 무시하는 6살 딸을 둔 부모의 고민이 소개됐다.

지난 30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오케이? 오케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와 코미디언 양세형, 방송인 사유리가 출연해 여덟 번째 출장지 어린이집에서 고민을 들었다.

이날 고민 신청자는 자폐 진단을 받은 10살 아들과 비장애인 6살 딸을 키우고 있는 권오광씨였다.



사연자는 "첫째 아이가 10살인데 특수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4세 때 자폐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오빠와 비장애 여동생의 성장을 통해 갖게 되는 많은 어려움을 어떻게 조율하면 서로 상처받는 걸 최소화해서 밝게 키울 수 있을까. 그게 가장 큰 고민"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은영 박사를 만난 사연자는 "둘째 아이가 점점 성장하면서 6세인 동생이 지적인 부분이나 전반적인 모든 게 오빠를 넘어선 상태다. 앞으로 그런 부분을 어떻게 조율을 하고 아이한테 어떤 인식을 줘서 키울까 고민"이라며 조언을 구했다.



오은영 박사는 "둘 사이 관계를 봤을 때 걱정되는 게 있으시냐"고 물었고, 권오광 씨는 "은연 중에 오빠를 밀어내는 부분을 많이 봤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뭔가를 할 때 오빠가 미숙하고, 자기가 같이하고 싶기 때문에 '오빠, 이거 같이 해. 뭐야?'라고 하면 오빠가 피드백이 잘 안된다. 그러다 보니 오빠를 '패스'한다. 오빠가 옆에 있어도 나(엄마)한테 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빠는 오빠 나름대로 장난감이 있으면 동생에게 주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전달 방법이 너무 미숙하고. 동생이 봤을 때 그런 전달 과정 하나도 공격적으로 보이는 것"이라며 걱정했다.


/사진=KBS2 '오케이? 오케이!' 방송 화면 캡처/사진=KBS2 '오케이? 오케이!' 방송 화면 캡처
이에 오은영 박사는 영상을 통해 남매의 일상을 지켜봤다.

영상 속 동생은 오빠에게 "저리 가, 떨어져"라고 외치며 거리를 뒀다. 자신이 만든 장난감을 오빠가 부수자 오빠를 때리기도 하는 모습. 동생은 엄마의 관심을 오빠에게 뺏기자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오은영 박사는 "자폐 스펙트럼이 부모의 사랑이 부족해서 생겨난 문제가 아니라는 건 정확하게 알고 계시지 않나"라며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키우실 때 이런 고민을 많이 하신다. 대개 어려움이 있는 아이가 동생일 경우에 조금 덜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순서가 바뀌게 되면 동생은 언니, 오빠에게 받고자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까 동생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다. 동생 입장에서는 억울하고 섭섭한 게 많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둘째가 됐다고 생각하고 그 마음이 되어보자"고 했고, 권오광씨는 "사실 제 형제 중에도 장애인이 있다. 제가 7남매 중 막내이다 보니까 (내가) 딸의 마음이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 부분들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됐고, 제가 클 때는 부모님이 그거에 대해 다른 자녀에 대한 배려가 전무했다"며 "스스로 감내해야 했고, 그렇게 성장하고 나니 혼자 가슴앓이가 크고 약간의 열등감도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딸에게는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KBS2 '오케이? 오케이!' 방송 화면 캡처/사진=KBS2 '오케이? 오케이!' 방송 화면 캡처
오은영 박사는 "자폐는 상호 작용의 어려움이 있으니까 6살짜리 동생 입장에서는 오빠가 싫은 게 아니라 오빠에게 반응이 안 오니까 아이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는 것"이라며 "상호 작용을 했을 때 재밌는 사람 쪽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오빠를 '패스'하는 게 무시하는 게 아니라 만 5살 입장에서는 반응이 없는 오빠를 나름대로 그렇게 대하는 것"이라며 "그럴 때 '오빠한테도 한 번 얘기해줘 봐'라고 하는 건 괜찮은데 아이에게 '오빠한테도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면 (아이에게는) 무거운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성장해서 잘 발달하면 자기 나이에 맞게 오빠를 대하게 된다. 이해심이 많아지고 오빠가 반응이 없어도 더 잘 대할 수 있게 된다. 그 부분은 훈육할 부분은 아니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 박사는 "남매간의 우애, 양보, 좋다. 그런데 너무 어릴 때 지나치게 우애와 양보를 강요하게 되면 그럴 마음이 없어진다. 오빠랑 놀지 않아도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나이가 들면서 또 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