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님 셀카 좀" "그래요, 이리 모이세요" 이재용식 소통법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오문영 기자 2022.08.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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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회장님 셀카 좀" "그래요, 이리 모이세요" 이재용식 소통법


"부회장님 셀카 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래요. 이리 모이세요."



3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 잠실캠퍼스 로비에서 직원들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친근하게 직원들을 불러모았다. 직원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 셀카와 동영상을 찍었다. 장소를 옮겨가는 곳마다 몰려드는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도 싫은 내색 한번 없었다. 마스크를 썼지만 이 부회장의 눈은 활짝 웃고 있었다.

최근 이 부회장의 소탈한 소통행보가 연일 화제의 중심이다.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으로 경영 족쇄에서 풀려난 이 부회장은 특유의 친화력과 소탈한 심성을 바탕으로 자신감있게 직원들과 만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핫한 셀럽(셀러브리티, 유명인사)이나 인플루언서 부럽지 않다. 직원들은 "우리회사에 셀럽이!!!" "대박" "가문의 영광" 이라며 환호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족쇄에서 풀려나 안정감을 찾아가는 모습"이라며 "이에 맞춰 삼성그룹도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MX(모바일경험), 생활가전, 네트워크 사업부 등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 응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수원사업장에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MX(모바일경험), 생활가전, 네트워크 사업부 등 MZ세대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직원들의 셀카 요청에 응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요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통행보를 대표하는 건 '셀카'다. 이 부회장은 복권된 이후 일선 임직원들과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9일 첫 공식일정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부문 임직원들을 만났고, 닷새 만인 지난 24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 본사를 방문했다. 지난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MZ(밀레니얼+Z세대)로부터 신제품 보고를 받았다. 그때마다 현장에 모인 직원들은 셀카를 요청했고, 그때마다 이 부회장은 흔쾌히 응했다. 배우자와 영상통화를 요청하거나 부서원에게 남길 영상편지를 요청하는 직원도 있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회장은 이날 정오께 제네시스 G90을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뒤 황성우 삼성SDS 사장의 인솔을 받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왔고, 기다리고 있던 200여명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대박" "멋있다" 등의 말을 건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일부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목인사로 뜨거운 환영에 화답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직원식당을 찾은 이 부회장과 만난 한 직원은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화이팅! 李在鎔(이재용)"이라고 적어줬고, 해당 직원은 "가보로 남기고 싶어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 잠실캠퍼스 구내식당에서 '가마솥 황태 곰탕'을 받아가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 잠실캠퍼스 구내식당에서 '가마솥 황태 곰탕'을 받아가고 있다./사진제공=삼성전자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구내식당을 이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날도 삼성SDS 구내식당에서 '가마솥 황태 곰탕'을 먹었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구내 식당을 찾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11년 삼성전자 수원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에서 진행된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 4년 만에 참석한 뒤 구내식당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이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현장을 찾을 때마다 구내식당을 이용하며 직원들을 살뜰히 챙겼다. 이른바 대를 이은 '식판 스킨십'인 셈이다.


최근의 이 부회장의 행보는 '자유'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재계에선 경영족쇄 풀린 이 부회장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한다. 한 삼성 직원은 "(이 부회장의) 최근 모습을 보면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느껴진다"면서 "챙기는 사업 범위도 그렇고 임직원들과도 자유롭게 만나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조만간 해외 현장경영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2일 재판에 출석한 뒤 추석 연휴를 활용해 해외에 다녀올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평 의혹 재판과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지만, 내달 8일(목요일)은 추석 연휴로 재판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해외 출장지로는 미국이 거론된다.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예정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2공장 착공식에 참석하고, 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삼성의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1년간 방문하지 않았던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이나 남미를 찾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2030부산세계박람회(2030부산월드엑스포) 특사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복원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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