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3%+절세'…고액자산가들이 4000억 쓸어간 '○○○채권'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8.3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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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3%+절세'…고액자산가들이 4000억 쓸어간 '○○○채권'


브라질 채권이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올해 4000억원 이상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연 13% 고금리 매력과 절세 효과로 고액 자산가들의 필수 포트폴리오가 됐다는 분석이다.

연 13% 고금리+절세+저가매수 매력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5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의 올해 1~8월 브라질 채권 총 판매액은 428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463억원)보다 73.8% 증가했다.



브라질 채권은 브라질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다. 채권 투자 열풍으로 개인의 채권 순매수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라질 채권은 높은 금리와 세제 혜택이 부각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브라질 채권은 은행환산수익률 기준 연 12~13% 수준으로 판매된다. 은행환산수익률은 채권의 총 투자수익률(자본+이자)를 이해하기 쉽게 은행금리로 환산한 것이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했을 때 이자 수익과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매 차익을 합해 연 12~13%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표채의 경우 연 10%씩 쿠폰(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브라질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채권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12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1년7개월 동안 기준금리는 2%에서 13.75%로 11.75%포인트 급등했다.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내 자본유출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자 소득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채권에 투자할 경우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은 비과세지만 이자 소득에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브라질 채권은 한국-브라질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 소득은 물론 매매 차익이나 환차익이 생겨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특히 올해 브라질 채권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판단 때문이다. 판단의 근거는 채권 가격과 환율이다.


브라질 국채 3년물 수익률은 2020년7월 4% 초반대에서 올해 7월 13% 중반까지 치솟았다. 7월 이후에는 꼭지를 찍고 내려와 현재는 12% 초반대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채권 가격이 지난 2년 내내 급락하다 최근 한 달 동안 반등했다는 의미다.

브라질 채권은 헤알화로 투자하기 때문에 헤알화 가치 변동이 매우 중요하다. 원/헤알 환율은 2010년 1헤알 당 600원대에서 2021년에는 200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브라질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 하락과 당시 미국의 긴축 우려, 코로나19 위기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이 기간 브라질 자산에 투자했다면 자산 가격에 변동이 없더라도 환율로만 70% 이상 손실이다.

지난 10여년 간 하락세가 이어지던 헤알화는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현재는 1헤알당 260원대로 저점 대비 30% 가량 올랐다. 무엇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헤알화의 강세를 이끌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헤알화는 최근 몇 안 되는 달러 대비 강세 통화"라며 "비과세 혜택이 있다보니 고액 자산가 일부가 브라질 채권 전체 비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알화 가치 하락하면 손해…"잔존만기 짧다면 매도"

브라질 채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헤알화는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자칫 잘못하면 환율 하락으로 채권 투자 수익보다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헤알화 강세를 이끌었던 원자재 가격 상승은 최근 주춤하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브라질의 주요 수출품목인 철광석 선물 가격은 지난 4월 161.8달러에서 최근 105.3달러로 35% 급락했다. 국제 유가 역시 지난 3월 130달러(WTI 기준)를 찍고 현재는 90달러대로 내려왔다.

마경환 GB투자자문 대표는 "원자재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경우 헤알화 약세도 불가피하다"며 "반면 현재 달러 대비 저평가 상태인 원화 가격은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에서 1200원대로 내려올 경우 10% 가량 가치가 올라간다. 반대로 헤알화가 현재 1달러 당 5헤알에서 연 고점인 5.7헤알까지 되돌림한다면 헤알화 가치는 지금보다 13% 정도 떨어진다.

원화 강세와 헤알화 약세가 합쳐지면 이론적으로 20% 이상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 연 13%짜리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환율에서 20% 이상 손실이라면 아무 소용 없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할 생각이라면 잔존만기(채권 만기까지 남은 기간)가 짧은 채권보다 긴 채권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분석이다. 마 대표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하면 브라질 채권 금리도 하락(채권 가격 상승)할 것"이라며 "잔존만기 2~3년 미만이면 매도, 5년 이상이면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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