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은 반도체 초강대국 주문했는데…'기재부' 벽 못넘은 지원 예산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2022.08.31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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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예산안]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6.07.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6.07. *재판매 및 DB 금지


내년 반도체 산업 육성 관련 예산이 1조원 수준에 그쳤다. 인재양성에 쓰일 예산 450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총예산의 0.1%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직접보조금과 R&D(연구개발)에만 매년 100억달러( 13조500억원)이상 투자키로 한 미국이나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만 7740억엔(7조4000억원) 규모의 직접보조금 예산을 긴급 편성한 일본 등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지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만큼 업계는 실망스럽단 표정이다.



정부가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편성한 예산은 총 1조137억원이다. 반도체 인력양성 예산 4498억원(44.4%)을 제외하면 △기술개발(3908억원) △인프라(1471억원) △사업화(260억원) 등에 5639억원이다. 이는 내년도 총지출(639조원)의 0.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尹대통령은 반도체 초강대국 주문했는데…'기재부' 벽 못넘은 지원 예산
이는 대규모 직접보조금을 지급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에 뛰어든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달 통과시킨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해 2027년까지 5년간 반도체 제조시설 건설에 직접 보조금 390억달러를 지원하고 국가반도체기술센터, 첨단 후공정 생산프로그램 등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R&D)에 11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여기에 국방부, 국무부 등에서 지원하는 기금도 20억달러에 이른다. 매년 100억달러 이상을 반도체 산업 육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은 추경을 통해 자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할 경우 직접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경을 통과시켰다. 보조금 지급을 위한 '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 기금은 7740억엔(7조500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기업에 이른바 '묻지마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산업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초 대선후보시절 공약으로 팹리스(설계 전문)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50조원을 출자하고 민간이 추가로 더하는 반도체 기금 '코마테크펀드(가칭)' 조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취임 이후로도 윤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초강대국 비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직접 국무회의 등을 통해 관련부처를 독려했다. 이를 통해 지난달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마련했다.

(대전=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2.4.29/뉴스1  (대전=뉴스1) 인수위사진기자단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2022.4.29/뉴스1
최근 발표된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 전략에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중인 평택·용인 반도체단지의 전력·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비용에 대해 국비 지원을 검토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던 만큼 새 정부의 첫 예산안 편성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내년 반도체 인프라 관련 예산은 △나노팹고도화 618억원△설계검증인프라 140억원 등 758억원이 전부다.


그나마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서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 기간을 2030년으로 연장하고 대기업 세액공제는 6%에서 20%로, 중견기업은 8%에서 25%로, 중소기업은 기존 10%에서 30%로 확대해 경쟁국들의 세금 지원 혜택 부문만 균형을 맞춘 정도다. 이것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확정된다.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보조금의 경우 건전재정을 내세운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막힌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 마저 '기획재정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는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윤석열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 육성을 내세운 만큼 경쟁국 만큼은 아니라도 대대적인 직접 지원을 기대한 게 사실"이면서 "나노(nm, 10억분의 1m) 기술을 두고 피말리는 경쟁을 벌어지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우리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보다 파격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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