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 흘린 개미들, 10조 '채권 쇼핑'…업계 "채린이 모셔라"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08.30 07:40
글자크기

월지급식 채권 등 상품 다양화…채권ETF도 잇달아 상장

피눈물 흘린 개미들, 10조 '채권 쇼핑'…업계 "채린이 모셔라"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가 사상 처음 10조원을 돌파하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채린이(초보 채권 투자자)' 모시기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월 지급식부터 우량장기채 등 다양한 채권 제품군을 내놓고, 온라인으로도 채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잇달아 채권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6일까지 장외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10조8422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3조~4조원에 머물던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금액은 올들어 급증했다.

금리인상, 인플레이션으로 증시가 불안해지자 채권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부상한 덕분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초 연 1%에서 연 2.50%까지 인상됐고 채권 금리도 단기간에 급격하게 상승했다. 국고채 금리는 연 3%, 회사채 금리는 연 4%를 넘어섰다.



증권사들은 채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앞다투어 채권상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신용등급 AA등급에 만기 1∼3년의 월이자지급식 여전채 1000억원 어치를 판매했다. 삼성증권이 판매한 현대카드· 현대캐피탈의 AA등급 선순위채권은 수익률이 세전 연 3.7∼4.4% 수준이다. 8월 월이자지급식 채권 가입 고객의 90%가 개인 고객이다.

또 삼성증권은 장외채권을 10만원 이상 매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다음 달까지 연장하면서 채린이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4일 롯데캐피탈(AA-, 한국기업평가22.08.22)·엠캐피탈(A-, 한국기업평가 22.08.05)·오케이캐피탈(A-, 한국신용평가 22.08.09) 등 800억원 규모의 월 지급식 채권 매각을 시작했다.

개인 투자자들을 타깃으로 월 지급식과 우량장기채 등 채권 제품군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부터는 AA등급의 은행 지주사 신종자본증권 등 우량 등급 장기채도 공급할 예정이다.

KB증권은 비교적 신용위험이 낮은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을 판매했다. 최근 발행되는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발행금리가 연 4% 후반에 이른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달부터 카드채, 캐피탈채와 같은 금융채를 중심으로 원화 채권을 판매한 결과 두 달 만에 판매금액 6000억원을 달성했다. 이 중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80%에 달한다.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앱(애플리케이션)을 매매 시스템도 개선했다. 현재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해 채권 매매가 가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만 1조원 이상의 채권을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개인 투자자의 채권 투자가 급증한 덕분에 올해 증권사들의 리테일 채권 판매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이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들어 이달까지 리테일 채권 판매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누적 리테일 채권 판매액은 이미 지난달 16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주식형ETF를 주로 출시하던 자산운용사들도 올해는 채권ETF를 내놓고 있다. 올해 채권ETF를 상장한 운용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다.

오는 30일부터 개정 자본시장 관련 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만기가 설정된 채권형 ETF도 나올 예정이다. 채권은 특성상 만기가 있지만, 그동안 채권형 ETF는 존속 기한을 두지 않아 만기 보유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처럼 채권 관련 상품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현 KB증권 채권상품부장 이사는 "기업이나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처로만 인식됐던 채권에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다양한 채권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