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훈 변호사
이들 MZ세대에게는 '평생 직장'에 대한 기대가 지금의 4, 50대 근로자들보다 훨씬 낮아보인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이직하고 더 나은 보상과 일을 추구하며 자신과 맞지 않는 일터는 아예 거부하는 방식으로 노동 시장을 이탈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된 다른 특징도 있다. 이 세대에게 일이란 단순한 생계수단이 아닌 자기표현의 한 방식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어떤 회사에 다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가 더 중요하다. 2020년 기준으로 3년 이하 근로자의 이직경험 비율이 10년 전보다 약 30% 상승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MZ세대의 노동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잡코리아 자료 참고).
최근 이러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아예 주요 사업으로 정한 스타트업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회사가 론칭한 서비스에 참여하는 자들이 이미 한 달에 1만명을 훌쩍 넘겼고 매일 수십 개 프로젝트 소개글이 올라왔으며 유저들은 서로의 작업에 열심히 호응해주고 있었다. 이제 막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며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포스팅들이 있었고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함께 풀자며 의견을 요청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그중 한 창업자의 인상적인 글은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시간이 부족할 때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책을 참고삼아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는데 삶의 우선순위 매기기의 어떤 기술적 비법을 깨달았다고 했다. 다른 소셜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동하는 인간, 일과 삶을 확장하고자 하는 자들의 기쁨과 슬픔이 서비스 곳곳에서 묻어났다.
근대 자본주의는 인간을 노동하는 자로 정의하며 노동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왔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노동으로만 구성된 존재가 될 수도 없다. 우리 인생은 노동 밖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날아온 또다른 뉴스는 이런 단순한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미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용한 관둠'(Quiet Quitting)이라는 유행이 확산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일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MZ세대가 저항하기 시작했다며 불안정하고 경쟁적인 노동환경에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되찾겠다는 집단적 의지를 지적하는 해석이 덧붙여졌다. 조용한 관둠 '운동'은 인간이란 노동과 함께 노동 밖에서 인생을 향유할 수 있는 것들로도 채워져야 하는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