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관광 막자"…EU, 비자발급 제한 본격 추진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2.08.2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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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EU 외무장관 회의서 논의…전면 중단은 고려 안 해

핀란드 헬싱키공항/AFPBBNews=뉴스1핀란드 헬싱키공항/AFPBBNews=뉴스1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이번 주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EU 외무장관들이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러시아와 맺은 비자 촉진 협정 중단을 지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 EU 고위 관리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우리 도시를 둘러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리는 러시아 국민에게 이 전쟁이 옳지 않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밝혔다.



비자 촉진 협정이 중단되면 특혜가 사라져 러시아인이 EU 국가에 비자를 신청할 때 더 많은 문서와 비용이 요구되고, 대기 시간이 크게 늘어난다고 FT는 설명했다. EU 고위 관리는 "우리는 비자 촉진 중단 이상을 원한다"며 "더 세부적인 변경 사항이 연말까지 도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측에 러시아인에 대한 전면적인 여행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인들은 철학을 바꿀 때까지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연설에서도 "유럽은 그저 사람들이 물건을 사러 와서 돈을 지불하는 것을 중요히 여기는 그런 슈퍼마켓 같은 곳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EU 회원국은 이미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체코와 폴란드는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도 러시아인의 입국을 규제하고 있다. 대러 제재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러시아의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이 된 핀란드도 최근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현재의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인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국가들도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푸틴의 전쟁이지 러시아 시민의 전쟁이 아니다"며 비자 발급 제한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오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도 "유럽이 가한 러시아 항공기의 영내 진입 금지로 인해 러시아인들이 여행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라며 "여행을 통해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다른 관점을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에 앞장선 나라들은 솅겐 조약 가입국들이 모두 동참해야 이 조처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솅겐 조약은 EU 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며, 26개국이 가입해 있다. 회원국에서 솅겐 비자를 발급받으면 권역 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다만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거나 인도적인 이유로 러시아를 떠나야 하는 이들의 발을 묶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국 국무부 역시 최근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인권 탄압에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피난 통로를 차단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측의 비자 발급 전면 중단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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