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6명 하던 일을 1명이"…매출 1000만원→200억 대박난 비결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8.29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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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한 충주공장에서 로봇팔이 전자개폐기 부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새한 충주공장에서 로봇팔이 전자개폐기 부품을 옮기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이 작은 부품은 원래 16명이 분업해서 만들던 것입니다. 이제는 1명이면 됩니다."

지난 25일 대표적인 강소기업으로 통하는 새한의 충주공장에서 만난 조익재 새한 전력기기 영업·구매팀장은 로봇팔에 의해 옮겨지고 있던 전자개폐기 부품 '크로스바 어셈블리 UA-1'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생산성과 품질은 늘렸고 불량률은 싱글 피피엠(100만 개 중 불량품이 10개 미만)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새한은 성공적인 사업전환과 설비 자동화를 이뤄낸 대표 강소기업으로 통한다. 굴곡진 과거 탓에 사연 많은 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새한은 과거 AV(오디오·비디오) 부품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던 새한전자의 후신이다. 외환 위기와 AV 시장 쇠퇴로 부도에 직면했다가 당시 월급쟁이 대표이사였던 정순일 대표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새 출발을 했다.

현재는 사업을 완전히 전환해 전력기기와 가구부자재라는 든든한 주력 사업군을 갖추게 됐다. 최근 전기자동차 부품과 의료기기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로봇 사업 진출도 꾀하고 있다. 100억원 근처였던 연 매출은 지난해 555억원을 기록하며 5배 넘게 뛰었다. 30여명으로 시작한 직원 수는 현재 220명에 달한다.
새한 충주공장 내 크로스바 어셈블리 UA-1 자동화설비./사진-오문영 기자새한 충주공장 내 크로스바 어셈블리 UA-1 자동화설비./사진-오문영 기자


영화 같은 반전이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정 대표는 경쟁력 강화에 힘써온 새한의 노력과 상생 생태계 구축을 위한 LS일렉트릭의 노력이 맞아떨어진 결과라 설명했다. 정 대표는 "회사를 인수한 이후 기존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새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새한전자가 갖추고 있던 나사 제조 기술을 활용해 가구 부자재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전력기기 부문에서 LS일렉트릭과 인연을 맺었다"고 말했다.



새한은 2006년 LS일렉트릭과 첫 거래를 튼 후 점차 거래량을 넓혀왔다. 스크루(나사못) 공급으로 시작해 프레스·사출 등으로 점차 영역을 넓혔다. 2012년에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로 선정됐고, 이듬해엔 LS일렉트릭의 주요 협력사 조직인 에이스클럽에 가입했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LS일렉트릭 협력사 평가에서 올해까지 4년 연속 협력사 평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배터리용 샤프트 어셈블리 납품도 시작했다.

정 대표는 "LS일렉트릭에서 인력 교육과 자문은 물론 자금을 지원해주면서 여기까지 오는 데 큰 힘이 됐다"면서 "새한 역시 품질은 최고, 불량률은 제로로 만들겠다는 일념하에서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거래 당시 1000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현재 200억원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새한 충주공장 내 스페어 자동 포장 설비. 93g 무게에 맞춰 스페어 부품이 같은 양으로 포장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새한 충주공장 내 스페어 자동 포장 설비. 93g 무게에 맞춰 스페어 부품이 같은 양으로 포장되고 있다./사진=오문영 기자
양사의 상생 협력은 특히 스마트 공장 구축에서 빛을 발했다. LS일렉트릭은 2020년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국내 대표 스마트공장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청주공장이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등대 공장'으로 선정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스마트 공장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한은 정 대표의 과감한 투자와 혁신 의지 아래 LS일렉트릭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새한은 LS일렉트릭이 2020년 협력사 16개 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부터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정 대표가 2015년 독일 쾰른에서 열렸던 전시회를 방문했을 때 선진업체들의 공장을 둘러본 것이 계기가 됐다.


최종복 새한 가구부자재사업본부장은 "LS일렉트릭이 1차 사업에서 MES(전자 생산관리시스템) 적용을 목표로 세웠지만, 당시 새한은 협력사 중 유일하게 이미 MES를 구축했던 상황이었다"면서 "MES 구축 대신 고도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스마트 시험대 등 설치를 제안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듬해 진행된 2차 사업 역시 설비 자동화 데이터 구축을 목표로 잡으며 타 협력사를 앞서 나갔다.
새한 충주공장 나사 제조 설비로 1분에 나사 250개를 만들 수 있다. 사진은 둥글게 말려 있는 철사가 기계 안으로 말려 들어가고 있는 모습/사진=오문영 기자새한 충주공장 나사 제조 설비로 1분에 나사 250개를 만들 수 있다. 사진은 둥글게 말려 있는 철사가 기계 안으로 말려 들어가고 있는 모습/사진=오문영 기자
현재 새한은 전력기기 부품 제조부터 조립·포장까지 대부분 공정에서의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 기업제조혁신역량 레벨3(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제어 가능) 수준이다. 데이터값은 디지털화해 모든 제품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있다. 클릭 한 번이면 가동현황과 생산량, 불량률, 당일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전력기기뿐 아니라 다른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탭북을 도입해 각기 다른 공정에서 동일한 시스템을 적용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조 팀장은 "이제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일본 부품 기업도 보고 배우기 위해 공장에 방문한다"면서 "설비가동률 향상이나 불량률 감소와 같은 정량적인 효과도 있지만,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고 실시간 피드백으로 통제관리를 효율화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종종 대규모 리콜이 발생했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면서 "이슈 발생에 따른 조치 역시 빨라졌다"고 전했다.



새한은 이제 기업제조혁신역량 수준 레벨4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가 진행하는 등대 사업에 참여해 올해 총 24억원(정부지원금 12억)을 시스템 고도화에 투자할 예정이다. 레벨4는 수집과 분석된 생산정보를 토대로 원인과 해결책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실시간 제어함으로써 생산 최적화를 구현하는 스마트공장이다. 2025년 IPO(기업공개)도 추진한다.

최 본부장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나날이 심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라 생각하고 있다"면서 "낮은 인건비의 중국·베트남 업체와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열쇠"라 말했다. 인력난 해결 부분에 대해서는 "중소업체에게 스마트공장 구축은 기피직종을 선호직종으로 바꾸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이라 덧붙여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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