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수입 100억 '훌쩍'…연구자들의 롤모델, '제2의 이종호' 키운다

머니투데이 대담=조성훈 정보미디어과학부장, 변휘 기자, 김인한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2.08.29 06:24
글자크기

[머투 초대석]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좋은 발명한 연구자에 합당한 보상하는 R&D 환경…"尹대통령도 공감"
"AI 반도체, 미래 IT 산업 바꿀 핵심분야…초격차 경쟁력 확보해야"
"양자기술, 선진국과 격차 있지만…'양자 센서' 분야, 비교적 유망"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연구자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신이 나서 더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R&D(연구개발) 환경을 조성하겠다. 이것이 국가도 '크게 이기는' 길이다"

지난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재산은 약 160억원이었다. 국무위원 중 가장 많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없다. 무려 100억원 이상이 반도체 국제표준 기술 '벌크 핀펫' 개발에 따른 특허권 수입이었기 때문이다. 혁신적 R&D, 그에 걸맞은 보상은 많은 연구자들의 '롤모델'이다.이 장관은 '제2의 이종호' 사례 확산이 세계적인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승리하는 길이라고 봤다.



지난 5월 11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 장관으로부터 국가 혁신 최일선 부처의 수장으로서 보낸 100여일의 소회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대담은 지난 26일 서울중앙우체국 과기정통부 장관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장관직 취임 100일을 훌쩍 넘겼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과기정통부와 직접 경험한 조직의 차이는 어떠한가?



▶교수로서 정부를 상대할 때는 막연히 '규제 역할이 많은 부처'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관련 산업의 진흥에 집중하는 부처라는 것을 체감했다. 과기정통부는 우주부터 5G까지 정책 스펙트럼이 방대하다. 취임 후 격일에 한 번꼴로 주요 정책 현장을 방문해 다양한 분들의 의견을 들었고, 누리호 2차 발사,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 AI(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성장 지원 대책 발표, 5G 중간요금제 등의 정책 성과를 만들며 바쁘게 지냈다. 모든 일에 호흡을 맞춰 준 부처 직원들에게 감사하다.

-취임사에서 '과거 앞선 나라를 모방해 추격해왔다면 이제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보지 않은 길, 즉 최초의 역사를 쓰자'는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어느 단계쯤에 와 있나?

▶한국은 '과학입국'의 정신으로 1980년대 DRAM 메모리 반도체 개발, 1990년대 우리별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이제 몇몇 분야에서 선도자의 지위에 올라섰지만, 성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 첨단기술 주도권을 선점하지 못하는 나라는 생존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산학연 협력으로 초격차 전략기술과 고급인재를 육성해 우리나라가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차세대 반도체, 양자, 디지털 바이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반도체 포토마스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2.06.07./사진제공=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반도체 포토마스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2.06.07./사진제공=대통령실
-국가 전략기술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실적인 '우선순위'가 있을까?

▶미국의 반도체법, 일본의 경제안전보장법 등서 확인할 수 있듯이 세계적으로 기술패권 경쟁이 거세다. 이에 대응해 경제·외교·안보적 가치가 높아 반드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할 '국가전략기술'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다만 '무엇이 먼저냐'는 질문에는 '모두 급하다'고 답하겠다. 하나의 기술이 잘 되려면 다른 기술도 함께 성숙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동일선상에서 함께 밀고 나가야 한다. 국정 기조와 우리 기업의 미래 투자 방향, IPEF(인도태평양 경제협력체) 출범, 미중 패권경쟁 등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차세대 원자력'을 추가하는 등 국가전략기술 조정을 검토 중이다. 오는 9~10월 발표하는 '국가전략기술 체계정립 및 육성방안'에 담겠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육성'을 강조하지만, 일각에선 한정적 시장 규모를 고려하면 과거처럼의 고도성장은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등으로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둔화할 전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확대, AI기술 확산에 따른 데이터 처리량 급증은 반도체 수요를 견인할 요소다. 특히 AI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분야가 될 것이다. 이미 엔비디아·인텔·퀄컴 등 전통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구글·아마존·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도 AI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거 한국의 고속 성장을 이끈 반도체처럼,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기대할 수 있는 미래 먹거리 기술을 꼽는다면?

▶AI 반도체, 화합물 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양자기술은 양자 특성을 활용해 정보를 초고속·초신뢰·초정밀로 처리할 수 있는 미래 산업·안보의 게임체인저다. 디지털 바이오는 바이오 기술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으로 고비용, 고위험성, 장기간 소요 등의 기존 바이오 R&D의 한계점을 돌파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세 가지가 10~20년 후 우리 미래를 책임질 것이다.

-양자 기술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복안이 있나?

▶양자 컴퓨팅 분야는 선진국과 격차가 있고, 국제 표준화 경쟁의 승자를 점칠 수 없다. 당장의 활용도 어려워 산업계의 투자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멀리 보고 투자해야 하며, 우선 미국과의 교류를 통한 인재 양성에 무게를 두겠다. 다만 양자 기술을 활용해 정밀 측정하는 양자 센서 분야는 비교적 유망하고 산업적 응용 범위도 넓다. 과기정통부는 반도체·배터리 설계 혁신에 기여하는 양자센서 상용기술을 2025년까지 개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중력센서를 실증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머지않아 의료 분야 등에서 활용 사례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경제, 민간이 나서야…더 다양한 5G 요금제 유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누리호와 다누리로 우주경제 시대를 열었다. 새로운 우주 분야의 과제를 꼽는다면?
▶지금까지의 우주 개발은 공공 주도의 위성·발사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민간 우주산업과 우주탐사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 아르테미스 계획과 같은 국제 대형 우주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2031년까지 달 착륙선을 개발·발사하며, 민간이 도전할 수 있도록 우주산업 클러스터 등을 통해 자생적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조만간 범정부 차원의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공개된다. 정책의 밑그림을 소개한다면?
▶과기정통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민간과 함께 국가 디지털 전략의 기본방향을 논의했고, 올 6월부터는 주 1회 릴레이 정책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동시에 24개 관련 부처·청의 디지털 정책 과제를 종합하고 있다. 자유·공정의 새 정부 핵심 가치를 반영하고 우리나라 혁신을 가속하기 위해, 범부처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겠다.

-올해를 5G의 국민적 체감 확대 시기로 예고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5G 중간요금제로 정부 시책에 호응해 준 이동통신 3사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만큼, 계층별·구간별로 더 다양한 5G 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 28GHz 대역 활용을 두고 논란이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단정하는 건 섣부르다. 여전히 시도해 볼 과제가 많다. 올해는 5G 특화망 기반 융합 서비스의 초기 수요 창출을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민간 확산을 위해 '5G 특화망 얼라이언스'(가칭)를 구축하고, 수요공급 연계와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추진하겠다.

-현장 연구자들 사이에선 '내가 혁신 아이디어를 내도, 과실은 연구소가 다 가져간다'는 불만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좋은 발명을 하면 연구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게 많은 환경'을ㅊ 강조하셨다. 누군가는 '국가 예산으로 연구했는데, 왜 개인이 이익을 보느냐'고 말하지만, 그건 작은 과실에 대한 집착이다. 한국인은 창의적이고 재주도 많다. 멍석을 깔아주면, 신이 나서 더 큰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또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인정할 만큼 국민 의식도 성숙했다. 연구자가 많이 벌면 어디에 쓰겠나, 세금도 많이 낼 것 아닌가. 그것이 국가가 '크게 이기는 길'이다. 연구자가 스스로의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마인드를 갖추도록 국가 R&D 정책을 개선하겠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