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감당 못해"…빚갚기 열풍에 5대銀 가계대출 8개월째 감소세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김상준 기자 2022.08.28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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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기준 8월 가계대출 잔액 1조2000억 이상 감소
금리 상승에 지난 1월부터 8개월째 감소 가능성 커
은행 예적금은 두달새 35조원↑ '역머니무브' 가속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2022.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2022.8.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출금리 상승과 집값·주가 등 자산 가격 하락에 국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8개월째 감소세다. 은행들이 취약차주와 실수요자 중심으로 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물가 압력에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당분간 대출 수요가 살아나긴 어려워 보인다.

28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1983억원으로 전월말(697조4376억원)보다 1조2393억원(0.18%) 감소했다. 8월 말까지 남은 영업일수(3일)를 감안하더라도 증가세로 반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월 감소세로 전환한 후 7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신용대출 감소폭이 커 가계대출 잔액을 끌어 내렸다. 지난 25일 현재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506조8825억원으로 7월 말보다 2031억원 늘었다. 부동산 시장이 본격 침체기에 들어선 가운데 전반적인 대출 수요는 줄었지만 전세대출과 집단대출 등의 취급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은 1조1355억원(128조8256억원→127조6901억원) 줄었다.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이 커지자 신용대출 수요가 감소했고, 빚 상환이 늘어난 때문으로 파악된다.



"7% 감당 못해"…빚갚기 열풍에 5대銀 가계대출 8개월째 감소세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형(혼합형)·변동형 모두 최상단금리가 연 6%를 넘어섰고,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도 6% 돌파가 목전이다. 한국은행이 연 2.50% 수준인 기준금리를 연내 3.00%까지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커 대출금리가 7%대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도 26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미팅에서 6, 7월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밟은 데 이어 9월에도 또 한 번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의 통화정책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금리 오름세로 대출이 줄어드는 데 반해 은행 ·예적금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5대 은행의 예·적금 상품 잔액은 757조7000억원으로 전월말보다 7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빅스텝'(0.50%p 인상)을 밟은 지난달 무려 28조원 가량 늘어난 데 이어 두 달 새 35조원이 은행에 유입되는 '역머니무브'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금리가 빠르게 오르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대기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며 "당분간 대출 수요는 줄고,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시중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위한 금융 지원 강화와 예대금리차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지만 대출 수요 감소에 대응해 영업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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